이란의 위성 로켓발사를 계기로 이란과 미국의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저농축 우라늄을 서방국가에 보내기로 하면서 핵개발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타협안을 받아들이는 듯하던 이란이 돌연 위성 로켓발사를 강행하자, 미국은 제제 강도를 한층 강화할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
이란은 3일 자체 개발한 위성 발사용 로켓인 카보시가르-3호(탐험가)를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서방과 과학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쾌거"라며 "이란 우주인을 직접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날도 곧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은 로켓에 실험용 쥐, 거북이, 벌레 등을 탑재해 우주공간에서 각종 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밝혀 로켓이 과학 실험위성임을 강조했다. 한편에선 최근 이란을 겨냥해 걸프지역에 미사일 방어체제(MD)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이번 로켓발사를 자극하는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의 로켓 발사에 미국은 동맹국과의 국제공조를 통한 단호한 대응을 벼르고 있다.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로켓 발사는 명백히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도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유엔과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조만간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란 제재 확대에는 서방 강대국들도 동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이란 위성로켓 발사 소식이 전해지자, 유엔에 강한 제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용 총리는 "이란 정권이 우리의 대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또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제재안에 반대하는 중국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BBC가 4일 보도했다. 제재안에는 이란에 대한 여행제한을 확대하고, 핵기술 관련 산업에 대한 자산동결 및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금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서방국들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을 시험한 이번 로켓 발사를 이란이 핵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로켓발사에 앞서 저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라는 국제사회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취했을 때, 서방 국가들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면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위성로켓을 발사하자, 이런 기대는 깨졌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