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37)씨는 2년전 한 인터넷 '주식카페'에 가입했다. 초보투자자로서 정보에 목말라 있던 그에게 당시 카페지기(운영자)는 자신만 믿고 따라오라고 했다.
처음엔 "종목은 물론 매수ㆍ매도 타이밍까지 알려주겠다"고, 그러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더 떨어지면 원금을 보장해주겠다"고까지 했다. 한씨는 중간 정산 퇴직금에 대출까지 더해 투자했지만 결국 5,000만원을 날렸다.
그가 카페에 올린 항의 글은 바로 삭제됐고, 카페지기는 그를 아예 카페에서 쫓아냈다. 카페지기가 추천했던 종목은 코스피지수가 60% 넘게 상승한 2008년 10월~ 2009년 7월, 하락률 1, 2위를 차지했다.
#한모(37)씨는 지난해 한 주식카페에서 솔깃한 문구를 봤다. '연 400% 수익 보장. 손실시 원금의 150% 돌려줌.' 카페지기는 회원들이 투자하면 코스닥 상장 유상증자에 참여해 고수익을 보장해 준다고 장담했다. 고민 끝에 750만원을 투자했지만 카페지기는 넉 달 만에 자취를 감췄다. 한씨는 그를 고발했지만 피의자 행방불명으로 기소중지상태다.
포털 사이트에서 '주식'을 치면 검색되는 카페만 현재 1만6,000여개. 회원수가 68만명이 넘는 카페도 있다. 주식투자인구가 늘어나면서 증권사 추천종목 같은 '제도권 정보' 보다는 인터넷 등 '재야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결과다.
이중 상당수는 주식정보를 교환하고 건전한 투자경험담을 나누는 '친목형 카페'들. 하지만 일부 카페는 '불법금융공간'으로 변질돼 초보투자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끝나고 직접투자자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이 같은 주식카페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런 카페는 등장하는 문구부터 현혹적이다. '단기수익 100% 성공', '대충해도 500%'등 확신에 찬 어조로 투자를 유도한다. 실제로 수익이 난 회원의 계좌를 증거로 보여주거나 '주식성공담' 게시판을 별도로 만들기도 한다.
투자자들이 일단 가입하면, '고급 정보'의 대가로 월 10만~20만원의 회비를 내는 VIP회원에 가입하라고 부추긴다. 메신저와 문자로 매수ㆍ매도 타이밍을 알려준다는 것.
돈을 받고 종목추천을 해줄 경우 반드시 금융감독원에 유사투자자문업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는 카페가 상당수다. 심지어 불법 계좌 대여를 주선하는 카페도 있다. 한 유사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최근 주식 외상거래가 5조원이 넘었는데 그 중엔 주식카페의 말만 맹신하고 빚 내 투자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불법이 행해지고 피해자가 늘어나는데도 마땅히 단속할 곳이 없다는 점. 금융감독원의 감독권은 원칙적으로 '제도권 금융기관'이 대상이기 때문에, 주식카페 같은 '재야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탈법을 감시ㆍ제재할 곳은 없는 형편이다.
피해를 입어도 구제는 힘들다. 법무법인 화우의 조영선 변호사는 "최종적으로 투자결정을 하는 것은 투자자 개인이기 때문에 손실을 봤더라도 법적 구제는 쉽지 않다"며 "인터넷에 떠도는 불확실한 정보를 절대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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