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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1년 증권CEO에 듣는다] <2>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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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1년 증권CEO에 듣는다] <2>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입력
2010.02.0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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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라고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 수출기업이 나오지 말란 법이 있습니까"

국경 없이 자본이 드나드는 세상이지만, 국내 증권업계에선 아직도 '해외 진출'이 빅뉴스가 되는 게 현실. 그만큼 국내 금융이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황성호(사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그러나 "이젠 금융도 수출산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금융기관도, 개인투자자들도 이젠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예전엔 해외 주식을 무조건 사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럴 게 아니지요. 개인의 금융자산이 1,700조원이나 되는데, 이걸 어떻게 국내에서 다 운용 하겠습니까."

황 사장은 해외에서 잘만 운용한다면 제조업에서 벌어들이는 것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총 개인금융자산 가운데 30%(500조원)만 해외에 투자해서 1%의 수익만 올려도 5조원을 벌 수 있다.

이것만으로 작년 현대차가 벌어들인 영업이익(2조2,000억원)의 2배 이상을 벌어들 수 있는 것이다. 좁디 좁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제로섬 게임을 벌일 게 아니라, 해외로 시장을 넓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 황 사장의 지론이다.

황 사장이 우리투자증권 사장에 취임한 지 이제 8개월째. 그는 비즈니스 전략 재구성을 끝냈다고 했다. 특히 해외 부문에서 수익의 20% 정도를 기여한다는 목표 아래,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현지 증권사는 온라인 영업위주로 가고 ▦싱가포르 테마섹과 합작으로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한편 ▦해외기관의 브로커리지 업무 및 국내 고객의 해외주식 거래 확대를 위해 글로벌 제휴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증권업계의 최대 격전지가 될 '자산관리서비스' 시장에 대한 각오도 남달랐다.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에서는 이미 넘버원이 됐으니, 자산관리에서까지 1위로 올라선다면 명실상부한 '금융투자회사 종합1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황 사장은 "단지 투자종목만 바꾸는 건 진정한 자산관리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고객 자산의 배분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결국엔 서비스의 질과 마인드, 실력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우리투자증권이 시작한 '펀드 GPS 시스템'에 대해서도 "같은 지주계열에 속한 우리은행에도 소개하고 싶을 정도"라며 자랑이 대단했다.

황 사장은 자본시장법 시행 1년에 대해 "증권사들의 업무 영역이 넓어지고 투자자보호라는 기본의무도 확실히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제대로 뭔가 해보기도 전에,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차원에서 논의되는 금융규제 움직임 때문에 자칫 자본시장법의 기본 취지가 퇴색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컸다.

IB무용론을 둘러싼 논의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 황 사장은 "자본시장이 있는 한 IB기능은 사라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선진IB들의 몰락은 IB 자체의 기능이나 모델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위험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이제야 넓은 의미에서 IB시장이 겨우 형성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까지 외국 규제를 그대로 따라 한다면, 금융시장은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금융을 하면서 파생상품이나 IB와 같은 것을 못한다면, 그것은 아이폰 아이패드가 나오는 시대에 흑백 TV나 만들고 있는 것과 똑같습니다."

■ 만약 지금 1억원을 투자한다면?

"올해는 위험자산 비중을 좀 높게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 한다. 중국의 긴축이나 미국 금융규제 등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경기회복으로 증시 전망이 밝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45%(4,500만원)는 주식에 투자하겠다. 저평가돼있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을 골라 직접 투자하고, 일부는 주가가 제자리걸음이거나 조정 받을 때 유리한 적립식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에 넣을 생각이다. 원자재에도 12%(1,200만원)를 투자하려는데, 환율이나 가격버블 변수가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한 인덱스 상품을 고려 중이다.

35%(3,500만원)는 중장기 국고채를 사둘 생각이다. 혹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경우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나머지(8%)는 여유자금으로 남겨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두겠다."

인터뷰= 이성철 경제부장

정리=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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