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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일꾼' 외국인 이웃사촌] (4) 안동이 친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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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일꾼' 외국인 이웃사촌] (4) 안동이 친정이에요

입력
2010.02.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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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과 결혼해 안동시청 계약직 공무원 일하는 외국인

"병산서원은 주변의 절경과 독특한 건축미 때문에 일본에서 엄청 유명한 거 아세요?" "하회마을도 좋지만 그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강 건너 바위 절벽의 부용대를 추천합니다. 노을이 질 때면 정말 환상, 그 자체죠."(오가타 게이코ㆍ緖方惠子ㆍ33ㆍ여ㆍ경북 안동시 계약직공무원ㆍ일본)

"고향인 중국 스촨(四川)성에는 단풍이 없었는데 한국은 단풍이 너무나 좋습니다. 도산서원과 설악산 단풍은 그 가운데서도 으뜸이죠. 중국에서도 단풍을 보기 힘든 지역을 공략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것 같아요." "중국에는 유형의 유교 문화 자산이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안동의 서원이나 고택, 제례 의식 같은 것은 중국인들에게 훌륭한 관광 자원입니다."(왕위ㆍ王渝ㆍ26ㆍ여ㆍ안동시 계약직공무원ㆍ중국)

2일 낮 안동시 안동댐 아래 한 토속 음식점에서 만난 시 외국인 계약직공무원 오가타씨와 왕씨의 안동 자랑은 그칠 줄 몰랐다. 원래 안동 사람보다 더 안동을 잘 알고, 더 사랑하고 있었다. 일본과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신선한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이들은 둘 다 시 문화관광산업과 공무원이다. 통ㆍ번역부터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자료 조사, 일본 및 중국인 관광객 현장 안내,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등 각종 안내판과 홍보물 번역, 농산물수출을 위한 자료 조사와 시장개척단 안내까지 그야말로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

오가타씨는 한국 생활 11년차다. 일본 구마모토(㷱本)현 야츠시로(八代)시가 고향이다. 부모 언니 여동생이 이곳에 있다. 기타큐슈(北九州)시립대에서 비교문화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을 동경하다가 2000년 3월 한국외국어대 어학코스에 입학했다. 이후 같은 대학의 대학원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하고 2003년 8월 석사학위를 받은 뒤 다음 달 시 외국인 공무원이 됐다.

안동을 택한 데는 한류 스타 원빈의 팬이라는 것이 컸다. "한국외대 유학 시절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의 주인공 원빈을 좋아했는데 그의 극중 고향이 안동이었어요. 석사학위를 마칠 즈음 시의 외국인 공무원 채용 공고를 봤고, 친구들에게 '살아 있는 한국 전통문화의 본질에 가까이 가려면 서울보다 안동이 낫다'는 조언을 받고 지원했어요." 면접 날 둘러 본 도산서원과 하회마을의 아름다움이 뇌리에 박혀 부모의 반대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시 소속으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조직위원회와 민속박물관 등을 거치면서 안동을 하나하나 알아 갔다. 한국 전통문화를 빨리 배우려고 틈만 나면 관련 서적도 읽었다.

외국인 공무원으로서 그의 활약상은 눈부셨다. 특히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에 안동을 소개하는 글을 2004년부터 최근까지 정기적으로 기고하면서 그와 안동 모두 일본에서 유명해졌다. 황주화(58) 문화관광산업과장은 "오가타씨는 일본에 안동을 알리는 보물"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왕씨는 지난해 6월부터 근무한 새내기 공무원. 2008년 말 김휘동 시장의 대만 방문 때 약혼자 서헌성(30ㆍ가톨릭상지대 어학원 직원)씨가 중국어 통역을 한 것이 인연이 됐다. 마침 자리가 빈 중국어권 외국인 공무원으로 한국어 영어 중국어 3개국에 능통한 왕씨가 채용됐다. 그는 이달 초 첫 임지인 민속박물관에서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에 안동 소개 글을 올리는 일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꾸준히 하게 된다.

민속박물관 손상락(51) 학예연구원은 "세련된 분위기와 유창한 한국어, 원만한 대인 관계와 예의범절을 갖춘 요조숙녀"라며 "박물관 역점 사업인 안동 제사 학술자료 조사사업에 참여해 비문이나 중수비 등의 원문을 채록하는 데 뛰어난 실력을 보였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순대 보쌈 안동찜닭 감자탕을 좋아하는 등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 특히 한국 사랑, 안동 사랑 때문에 한국인을 평생 반려자로 얻어 지역에서 둥지를 틀었다. 둘 다 지난해 5월의 신부라는 공통점도 가졌다.

오가타씨는 친한 한국인 공무원의 소개로 안동 바로 옆 문경시 출신의 동갑내기 시 공무원인 김희준(33ㆍ정보통신실)씨를 만나 지난해 5월 전통 혼례로 화촉을 밝혔다. 그는 7일이면 100일이 되는 아들을 두고 있다. "큰 집이면서 아들이 없어 섭섭해 하시던 친정 부모님들이 아들 낳았다고 시부모님들보다 더 기뻐하십니다."

왕씨는 중국 지린(吉林)성 동북사범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재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건너 온 서씨의 중국어 과외선생이었다. 이후 그는 귀국하는 서씨를 따라 황해를 건넜다. 약혼자가 시에서 직장을 얻자 지난해 5월 남편 고향인 서울에서 식을 올린 뒤 함께 내려왔다.

오가타씨는 자녀가 어느 정도 크면 대학원 박사과정에 도전할 생각이다. 왕씨도 한국에서 다 끝내지 못한 대학원에 이번 학기 중 복학, 공부를 마치고 2년쯤 뒤에는 2세를 가질 생각이다.

안동=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 남편들이 보는 외국인 아내

"예쁘고 착한 데다 집안 어른들께도 깍듯해 뭐 나무랄 게 없어요."

오가타 게이코씨의 남편 김희준씨와 왕위씨의 남편 서헌성씨의 부인 자랑은 끝이 없다. 결혼 전에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갈등이 클 수 있다는 주변의 걱정도 들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존중하며 살다 보니 싸울 일이 없다.

김씨는 "결혼 전 부모님의 반대로 힘들어 할 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절 위로할 정도로 너그러운 사람"이라며 "집안 대소사를 먼저 알아서 챙기고 잘 해서인지 요즘은 부모님께서 며느리 자랑으로 시간이 없어요"라고 웃었다. 찬바람이 불면 시어머니 손이 거칠어질세라 로션을 챙기고, 외국 호텔에 취직한 시동생이 객지 생활에 고생할까 봐 한 푼이라도 더 챙겨 주려 해 남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김씨는 생각보다 오가타씨의 음식 솜씨가 괜찮다고 했다. "미소된장과 조선된장도 구분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된장찌개를 제법 구수하게 잘 끓여요. 더 잘 해 주려고 요리책이나 인터넷을 뒤지고 직장 동료들에게 배우는 모습이 아름답죠." 맞벌이라지만 공무원 월급이라는 게 뻔해 그리 풍족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검소하면서도 궁색해 보이지 않도록 하는 알뜰한 살림 솜씨가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아 그런데 아내의 특기가 특이하게도 유도입니다. 중학교 때는 현 대표선수로 선발될 정도로 실력파죠."

황해를 오가는 핑퐁식 러브 스토리로 결혼에 골인한 서씨는 자신 하나만 보고 외동딸이면서도 한국을 선택한 왕씨가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결혼해 준 것만 해도 대단한 일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이 무척 진지하다.

그는 부인의 요리 솜씨도 오가타씨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아내가 스촨성 출신이다 보니 매운 사천식 자장면과 한국의 샤브샤브와 비슷한 후어구어도 잘 해 주고, 요즘은 김치찌개와 순두부찌개도 제법 맛있게 해 줘요. 감자탕 안동찜닭 육회비빔밥 등 평범한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해 외식 메뉴 선택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죠."

서울에 사는 시부모에게 거의 매일 안부 전화를 하고 집안 대소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모습도 기특하다. "같은 유교 문화권이라는 영향이 크겠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 이상으로 제 부모님께도 잘하니 더할 나위가 없어요. 우리가 한번씩 상경할 때면 부모님도 터미널까지 마중을 나오시죠."

게다가 왕씨의 한국어 실력은 정말 대단하다. 누가 들어도 한국 사람이다. 영어 실력은 또 어떤가. 그는 "1남 1녀를 계획 중인데 자녀가 생기면 최소한 3개국어에 능통한 인재가 될 겁니다"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두 부부의 금기 사항은 정치나 외교 문제는 절대 입에 담지 않는다는 것. 부부 싸움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동= 권정식 기자 kwonj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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