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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백화점 성공 DNA/ <하> 쇼핑 이상의 공간으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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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백화점 성공 DNA/ <하> 쇼핑 이상의 공간으로 거듭나다

입력
2010.02.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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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우리나라 대기업 상사 주재원 김모(47)씨. 최근 가족과 함께 도쿄의 번화가 긴자(銀座)의 한 유명 백화점 옥상정원을 들렀다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휑한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바닥은 삭막하기 그지없고, 조잡한 내용의 오락기구와 어린이를 위한 탈 것들로 채워진 이 곳은 마치 1970년대 우리나라의 중소도시 유원지를 떠올리게 했다.

김씨는 "한국처럼 영화관이나 공연장 및 문화센터를 갖춘 백화점을 생각했다가 낙담했다"며 "고객 편의를 위한 시설이 없는 일본 백화점의 현실을 보니 인근 세이부 백화점이 문을 닫기로 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관 옥상 트리니티 가든. 이 곳은 도심내 야외조각공원으로서 톡톡한 구실을 하고 있다. 헨리 무어, 호안 미로의 작품을 비롯, 독특한 거미형상으로 전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는 루이스 부르주아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거장 조각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들 작품을 보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명물이 됐다"며 "백화점이 쇼핑만 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분담하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에 백화점이 처음 들어선 1930년. 올해로 80년을 맞는다. 하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이 땅에 들어선 백화점은 한국의 것이 아니라, 일본의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지점이었다. 이후 동화백화점(1955년)을 거쳐 신세계백화점(1963년)으로 이어지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결국 이름에서부터 모든 운영 노하우를 일본의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우리나라 백화점의 탄생역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백화점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는 변신을 거듭해왔다. 백가지(百)의 잡화(貨)를 파는 곳이 아니라, 백가지의 느낌과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는 2000년대 백화점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며 급성장한 대형마트에 대항,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지난 해 세계적인 불황속에서도 두자리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옥상은 매년 여름만 되면 수영복 차림의 어린이들로 붐비는 수영장으로 변모한다. 백화점을 방문하는 주부들로서는 특별한 비용 없이 백화점 쇼핑과 수영장 나들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반응이 폭발적이다.

2005년 10월 롯데백화점 노원점에 오픈한 옥상생태공원은 도심내 백화점이 환경문제를 생각한 첫번째 사례로, 이후 일산점과 센텀시티점 등으로 이어지며 생태계 징검다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일산점 생태공원은 2008년 일본 환경성이 주최한 국제 옥상생태공원 컨테스트에 해외 백화점 최초로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백화점내에 영화관, 공연장 등의 공간을 마련, 쇼핑과 레저를 동시에 즐기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1999년 롯데백화점 일산점(롯데시네마)을 시작으로 2002년 AK플라자 구로본점(CGV), 2007년 신세계백화점 경기점(CGV) 등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새로 짓는 백화점내에 극장이 입점하는 것은 하나의 관례처럼 됐다.

백화점에 복합쇼핑몰의 개념을 도입한 것도 한국형 백화점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해 3월 문을 연 신세계센텀시티는 세계 최초로 온천과 쇼핑시설이 결합된 공간으로, 하루종일 이 곳에서만 놀아도 모자랄 정도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백화점, 온천 이외에도 아이스링크, 극장 등이 결합된 신세계센텀시티는 연면적만 29만3,905㎡(88,906평)로, 지난 해 6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 백화점(연면적 19만8,500㎡)을 제치고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백화점'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이 같은 외형적 성장에 일본업계도 놀라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3월 신세계 센텀시티가 오픈할 당시 일본의 많은 백화점업계 임직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갔고, 지난 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소매업자 대회에도 560여명의 일본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방문, 한국의 선진화한 백화점 시스템을 배워갔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향후 펼쳐질 백화점의 미래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일본백화점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시대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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