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발생한 경북 경주시 여고생 실종사건은 수년 전 학업스트레스로 가출한 여고생이 3년여 간 신분세탁까지 하며 벌인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4일 경북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경주여고 기숙사를 나간 뒤 소식이 끊기며 실종됐던'김은비'(18)양이 경기 용인시에 있는 친어머니 집에 있는 사실이 2일 확인됐다.
경찰이 확인한 김양의 실제 나이는 89년생으로 10대 여고생이 아니라 21살의 아가씨였다. 성도 김씨가 아닌 이씨였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고3이던 2006년 3월 학업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가출, 경주의 S복지시설을 찾아와 어머니가 써 준 것이라면서 '미혼모의 딸이며 92년생, 이름은 은비인데 양육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여주었다.
복지시설은 학교에 다닌 적도 없고 노숙자로 지냈다는 이씨의 말을 믿고 학교에 보내기 위해 같은 해 8월 일가창립을 통해 김씨 성을 가지게 한 뒤 호적을 취득했다.
1년여 만에 초ㆍ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친 이씨는 2008년 지역 명문인 경주여고에 진학했다. 이씨는 9학급 280여명의 학생 중 전교 13등을 할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이씨가 다닌 경주여고 관계자는 "겉으로 특별히 또래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못했고, 지금 생각해 보니 나이가 많아서 성숙해 보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은비가 '엄마를 찾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친구의 말에 비춰 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되돌아 간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경주서 관계자는 "2006년 3월 접수된 실종신고는 지난달 7일 해제됐고, 이씨가 안전하게 가족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수사를 종결했다"며 "가족관계나 이중생활을 하게 된 동기 등은 프라이버시라 따로 수사하지 않았고, 이중호적 문제는 고의성이 없어 처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은윤수 기자 newse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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