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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교사 임용 합격 시각장애 김헌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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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교사 임용 합격 시각장애 김헌용씨

입력
2010.02.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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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못 본 지 19년째입니다. 장애 경력으로 친다면 호봉이 상당할 중견급이죠. 하하."

2010학년도 서울 중등교사 임용시험 영어과에 합격한 시각장애 1급 김헌용(24)씨. "교통사고를 당해 시력을 잃었거든요. 다섯 살 때죠."그는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라는 듯 가볍게, 자신의 장애를 펼쳐 보였다.

1급 시각장애인이 특수교육과가 아닌 일반 교과 교사가 된 것은 김 씨가 두 번째다. 1호는 2007년 임용돼 영어교사로 재직 중인 최유림(27)씨. 두 사람은 공주대 특수교육과 동문이기도 하다. 김 씨는 "최 선생님은 대학 직속 선배여서 제가 영어 교사의 꿈을 키워가는 데 조언을 많이 해주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공부 비법을 묻자 김씨는, 뜻밖에 축구와 인터넷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어 문장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화면 낭독기(screen reader)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해 인터넷의 각종 정보들을 귀로 들으면서 영어를 익혔다고 한다. 그가 즐겨 들은 컨텐츠가 주로 축구 관련 내용이었다는 거였다. "어릴 때부터 공 차는 걸 좋아했어요. 시력을 잃고 나서는 인터넷을 통해 해외축구 관련 자료를 뒤졌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가 들리더니 점차 실력도 늘더군요."그는 "흔히 시각장애인은 점자책으로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반 서적을 점자책으로 만드는 데는 몇 달씩 걸리기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학원은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는 김씨의 영어 공인인증시험 점수는 토익 975점, 텝스 918점이다. 김씨는 "곧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게 된다니 긴장되지만 워낙 대화하는 걸 좋아해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 같은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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