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병합을 목전에 둔 1909년, 일본에 빌붙은 한국의 특권층을 비판하는 새로운 형태의 메시지가 대한민보에 실렸다. 사설이나 기사가 아니라 글과 그림이 섞인 만평이었다. 한국 최초의 시사만화가 이도영(1890~1969)의 작품이다. 이후 100년 동안 시사만화는 촌철살인의 풍자와 해학, 삶의 애환이 밴 이야기로 이 땅의 현실을 기록해 왔다.
'한국만화 100주년 시사만화위원회'가 지난 한 세기 시사만화의 궤적을 정리한 <한국 시사만화 100년> (알다 발행)을 출간했다. 이도영부터 김동성, 노수현 등 일제시대에 활약한 시사만화가에서 시작해 각 시대별 시사만화의 변천사를 한 데 모은 책이다. 시사만화라는 프레임이 갖는 의미와 변화에 대한 설명과 함께, 역대 대표적 작가 소개와 그들의 작품을 도록 형태로 망라했다. 한국>
'코주부'(김용환), '고바우 영감'(김성환), '까투리 여사'(윤영옥) 등 1950~60년대 시사만화에는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시기의 가난과 정치적 억압이 투영돼 있다. 이어진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는 시사만화가들의 창작의 자유가 노골적으로 침해당했다. 이 시기 '고바우 영감'이나 '왈순 아지매'(정운경)는 종종 말풍선이 지워진 채 신문에 게재되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시사만화는 신문이라는 매체의 틀을 벗어나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했다. 한 칸, 또는 네 컷이라는 틀의 제약을 벗어난 젊은 작가들은 시사만화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세계 시사만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 시사만화에 보이는 저항정신을 짚은 글도 수록됐다.
한국만화 100주년위원회 공동위원장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비판적 시선과 그것을 지면에 구현해내는 솜씨가 성장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게 벌어지는 현장에는 즉각 뛰어들어가 돕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이 책에 담긴 한국 시사만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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