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낙태(인공 임신중절) 추방운동을 해온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 '프로라이프'가 상습적 불법 낙태시술 의혹이 있는 산부인과 3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10월 젊은 개원의사 700여명이 "현행 법에 제시된 낙태의 허용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위반할 경우 내부 고발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던 선언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스스로 법규정을 어기고 있었음을 고백하며 불법 관행을 근절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현행법은 낙태를 형법상의 범죄(269ㆍ270조)로 규정해 당사자와 의사 모두 엄하게 처벌하고 있으나, 모자보건법은 강간에 의한 임신이나 산모의 건강 등 5가지 예외규정을 두어 처벌하지 않는다(14ㆍ28조)고 명시하고 있다. 불법 낙태의 한 원인이 되어 온 태아 성감별의 경우, 이를 금지한 의료법을 헌법재판소가 2008년에 위헌이라고 결정, 올 1월부터 임신 32주 후엔 성감별이 가능하다는 개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현행 법규정들이 '태아 생명권'을 경시하는 쪽으로 흐를 여지가 있는 상황이고, 불법 낙태가 연간 35만 건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부터라도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쌓는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프로라이프'의 내부 고발로 일단 논쟁의 불씨는 지펴졌다. 하지만 여전히 각 집단과 단체는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찬ㆍ반 목청만 높이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이미 지난해 심각한 입장차이를 확인한 이후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낙태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쟁점이지만 '말을 꺼냈다간 싸움만 하는 의제'가 되어 있다.
논의 자체를 '뜨거운 감자'로 여겨 이번 기회마저 흘려 보낸다면 결국 검찰의 판단에서 출발해 현행 법의 의미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낙태 문제를 둘러싼 쟁점은 새로운 것일 수 없고, 이미 뚜렷이 부각되어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최소한의 합의라도 이루려면 공개적이고 광범한 토론과 여론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학계는 물론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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