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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 1호 박사' 이애란 교수 美 '용기있는 여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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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 1호 박사' 이애란 교수 美 '용기있는 여성상'

입력
2010.02.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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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 받을 자격이 있는지 얼떨떨합니다."

이애란(45)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교수가 미국 국무부에서 전세계의 뛰어난 여성들에게 주는 올해의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을 수상한다. 이 교수는 지난해 이화여대에서 '1990년 전후 북한주민의 식생활 양상 변화'를 주제로 식품영양학 박사학위를 받은 탈북여성 1호 박사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는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미국 민주주의재단 공동주최로 열린 '제1회 북한국제도너콘퍼런스' 축사 중 "오늘 깜짝 소식이 있다. 이애란 박사가 한국 내 탈북여성들을 도운 공로로 다음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으로부터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은 미 국무부가 매년 정의와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한 전 세계의 여성 10명에게 주는 상으로 올해 동아시아에서는 이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 교수는 수상 소식을 듣고 "한 일도 없는데 미안함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스티븐스 대사가 직접 나를 후보로 추천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상을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시상식은 3월 6일 워싱턴에서 열린다.

이 교수는 1997년 4개월 된 아들과 함께 남으로 내려왔다. 신의주경공업대학에서 식료공학을 전공한 북한요리 전문가지만 탈북여성이 남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호텔 룸메이드와 보험사원을 거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2000년 식당을 창업한 뒤 여유를 찾았고, 이대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하며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혼한 뒤 갈 곳이 없거나 자폐증 아이를 가진 탈북여성들의 재활을 도왔고, 매월 장학금 30만원을 모아 탈북 대학생들을 지원했다. 지난해부터는 자비와 주변 도움으로 기금 3,000만 원을 모아 탈북 초·중학생 30명에게 매월 학원비 1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사)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도 열었다. "북한음식연구원의 표어는 '남북한 통일은 밥상에서부터'예요. 연구원을 활성화해 탈북여성들의 한식요리 자격증 취득을 돕고, 북한요리 강사도 양성할 계획입니다."

이 교수는 올해 1월 공모를 거쳐 경인여대 교수로 임용됐다. 박사과정 때 시간강사 경력은 쌓았지만 정식 교수로 강단에 서는 것은 이 번 학기가 처음이다. 그는 "남쪽에서는 열심히 노력하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이 북쪽과 다른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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