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여성의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면 호황엔 남자의 바지 길이가 짧아진다.
보수적인 클래식 대신 자유로운 비즈니스캐주얼이 뜨는 탓이다. 마침 꽃미남 꽃중년 등 남자가 꽃처럼 곱기를 요구 받는 시대.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온 남성들이 올 봄 화사한 색조와 유연한 실루엣, 넥타이 대신 보타이와 스카프로 소프트 파워를 한껏 발산한다.
클래식 지고 캐주얼 뜨고
지난해 남성패션에서 두드러졌던 클래식 쏠림 현상은 금융위기에 따른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남성패션이 보수적인 정장으로 선회한 것과 비슷한 현상.
그러나 이번 봄은 상황이 다르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고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 혹은 극복했다는 낙관주의는 패션에도 보다 편안하고 느긋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성미 캠브리지코오롱 남성복총괄 디렉터는 "최근 2년간 불황의 반작용으로 과도한 색상과 디자인의 클래식이 강세였지만 올 봄에는 디자인은 단순해지면서 여러 트렌드 요소를 접목한 비즈니스캐주얼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볍고 부드러운 재킷이 핵심
정수강 니나리치 남성복 디자인실장은 "올해 비즈니스캐주얼은'재킷, 셔츠, 바지'의 기본 공식을 익히던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재킷 중심의 차별화된 연출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재킷은 전통적인 울과 신축성 소재, 초경량 소재, 면/폴리에스터 합섬 등 가벼우면서 기능적인 고급 소재들이 이용된다. 원버튼 혹은 투버튼으로 V존을 길게 연출해 날렵한 실루엣을 강조하고 패턴은 전통적인 솔리드(단색) 외에 은은한 체크 무늬가 든 것들이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색상은 전통적인 감청색과 함께 회색계열, 특히 회색에 분홍이나 카키 등의 색조가 살짝 가미돼 세련된 느낌을 주는 제품들이 많이 나왔다.
화사한 스웨터, 짧고 날씬한 바지
비즈니스캐주얼이 정착하면서 가장 인기를 얻은 품목이 스웨터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보온 효과가 뛰어나고 스타일을 살리는 데도 그만이다.
얇은 캐시미어나 울/실크 혼방 소재로 은은한 광택이 있고 연초록 분홍 하늘색 등 화사한 파스텔 계열이 인기 품목이다. 줄 무늬 보다는 잔 체크에 니트 카디건이나 스웨터를 걸치는 것이 세련된 느낌을 더한다.
비즈니스캐주얼을 위한 바지는 고급 소재로 몸에 잘 맞아 다리 선이 날씬하게 떨어져야 맵시가 난다. 원사가 가늘고 촘촘한 세번수로 제직된 고급 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포인트.
박지수 니나리치 남성복 MD는 "콤비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바지는 재킷 보다 밝거나 어두운 색상을 선택해 상하의에 명도 차이를 주는 것이 경쾌해 보인다"고 말했다. 보다 과감한 연출을 위해서는 바짓단을 접어 올린 롤업스타일의 폭 좁은 바지를 발목길이로 짧은 듯하게 입는다.
화룡점정 액세서리, 스카프
여성의 전유물로 여겼던 스카프가 남성패션에서 다채롭게 활용되는 것도 올 봄 눈여겨봐야 한다. 스카프를 잘 연출하면 평범한 옷차림에 활력과 세련미를 더할 수 있다.
셔츠 가장 위쪽 단추를 풀고 그 속에 스카프를 살짝 보이도록 두르면 아침 저녁 쌀쌀한 날씨에 목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낭만적인 멋을 자랑할 수 있고, 묶는 대신 재킷의 깃 안쪽에 살짝 겹쳐 보이도록 두르면 세련되고 포멀한 느낌이 강조된다.
좀 더 캐주얼한 연출을 위해서는 V넥 티셔츠와 가벼운 재킷 차림 위에 삼각형으로 접은 스카프를 어슷하게 묶어준다. 평범한 차림이 감각적으로 변신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스카프 색상은 재킷이나 속에 받쳐입은 옷과 유사한 계열이면서 톤이 다른 것을 선택하면 무난하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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