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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길 걷기] <2> 광동댐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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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길 걷기] <2> 광동댐 구간

입력
2010.02.0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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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물길을 따라가는 '아리수길 걷기'의 두번째 걸음이다. 검룡소에서 시원(始原)한 물줄기는 매봉산 댓재 등에서 내려온 물들과 더해져 제법 굵어지기 시작할 때 돌연 흐름을 멈추고 넓은 호수를 이룬다. 태백 정선 등 강원 남부의 식수를 제공하기 위해 80년대 후반에 완공된 광동댐 때문이다.

아리수길 걷기 2코스의 중심은 바로 이 광동댐이다. 댐 입구 숙암2교 직전 왼쪽에 산으로 오르는 농로가 있다. 높이 904m인 지각산을 끼고 돌아 올라 댐 옆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호젓한 그 길을 따라 오른다. 눈 높이가 달라지자 주변의 풍경이 내려다 보인다. 그 동안 내린 많은 눈들은 다 어디로 간 건지 주변의 풍경이 바삭바삭 부서질 만큼 바짝 말랐다. 헐벗은 나뭇가지로만 채워진 산자락도, 맨흙 드러낸 밭들도 그저 휑할 뿐이다. 그 풍경 한가운데로 가늘게 꿈틀거리는 생명의 선이 한강의 물줄기 골지천이다.

고갯길을 한 굽이 돌아 오르자 길엔 그늘이 졌고 눈 녹은 물이 얼어붙어 미끄러웠다. 찬바람만 가득한 길가, 자작나무의 하얀 살덩어리가 더욱 창백해 보였다. 고개를 넘어 내려가니 마을이 나타났다.'지구렁이'란 재미난 이름을 가진 마을이다. 세 채의 낮은 지붕을 한 집과 비닐하우스 등이 띄엄띄엄 들어섰다. 한 때는 10여 채 이상의 집들로 제법 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던 곳인데 댐이 들어서면서 수몰되지 않는 위쪽 집들만 남았다. 아직도 가마솥 걸린 아궁이에 군불을 때며 살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을 벗어나자 바로 광동댐의 너른 호수가 펼쳐진다. 꽝꽝 언 얼음 호수를 끼고 길이 이어진다. 찬바람이 매섭지만 눈에 보이는 풍경만큼은 한없이 편안하다. 백설과 장대한 얼음이 빚는 조화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호수를 지나는 길은 삼척시 하장면 소재지인 광동리로 이어진다. 2코스 첫번째 답사길의 종착점이다.

2코스 중에 또 걸을만한 곳은 삼베마을로 유명한 하장면 갈전리 근방에 있다. 광동리에서 차로 7km 가량 달려 도착한 갈전마을. 길가에 시선을 잡아 끄는 커다란 나무가 서있다. 천연기념물 272호로 지정된 하장 느릅나무다. 높이 19m, 밑동 둘레가 5m에 달하는 400년 넘은 노거수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 보름이면 서낭목인 이 나무 아래에서 제를 올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고 한다.

느릅나무 건너편인 갈전휴게소 옆길로 들어가 작은 다리를 건넌다. 이제부터 강물을 따라 걷는 길이다. 다리 밑에선 마을 어르신 세 분이 얼음장 속에서 고기를 잡고 계셨다. 추위도 잊은 채 찬 물속에 몸을 담그고 쪽대질을 한다. 얼음이 두껍게 덮인 물가엔 물억새가 겨울바람에 살랑거렸다. 나이로 치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강의 물줄기에서 물억새가 재롱을 떨고 있었다.

강을 따라가는 둑길은 산 밑의 긴 응달로 접어든다. 길 위엔 살얼음이 깔렸다. 걸을 때마다 얼음이 밟히는 소리가 난다. 부드득 부드득 소금을 밟는 듯한 소리가 부서져 내린다. 응달길이 양지로 나오면서 물가엔 넓은 논밭이 펼쳐졌다. 논둑에선 참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았다. 눈 녹은 논바닥에서 떨어진 나락이라도 찾는 모양이다.

둑길이 끝나고 이제 강물 위로 걸어야 한다. 두껍게 언 얼음 위를 지나고, 얼음 위로 솟은 바위 위를 걷는 걸음이다. 발바닥으로 딛는 한강에 오감을 집중해야 하는 걸음길이다. 혹시나 얼음이 깨질까 불안하지만 실제 발 밑의 얼음은 무척 단단했다. 흥미진진한 얼음강 걷기를 마치고 밭둑으로 올라선다. 밭에서 이어진 돌다리를 건너 강가의 외딴집 밑으로 돌아 토산교로 올라온다. 여기가 2코스의 종착점이다.

■ 수몰민이 일군 100만m2 채소밭… 1박2일의 바로 그 귀네미 마을

2코스 시작점인 건의령 입구에서 광동댐으로 가는 길가에 '일출이 아름다운 귀네미 마을'이란 안내판을 만난다. TV 인기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 '배추고도'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던, 해발 1,000m급 고지에 넓은 고랭지채소밭을 일구고 사는 마을이다.

귀네미 마을 주민은 수몰민들이다. 광동리 숙암리 조탄리 등에 살던 이들이 80년대 후반 광동댐이 들어서면서 누대로 살던 고향을 쫓기듯 떠나 터를 잡은 곳이 귀네미골이다. 수몰될 때 보상을 받은 많은 이들은 대도시 등으로 떠났지만 보상비가 너무 작아 마땅히 거처를 옮기기조차 힘든 이들도 있었다. 이들에게 사람이 살지 않던 귀네미골이 이주지로 제시됐다.

모두 37가구가 귀네미골로 이주를 신청했고 원시림으로 빼곡했던 산을 깎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보자"며 나무를 뽑고 땅을 갈아 지금의 마을을 일궜다. 현재 마을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28가구, 90여명이다. 산 능선을 깎아 만든 배추밭의 면적은 100만㎡. 1년에 단 한번만 지어야 하는 배추농사는 도박에 가까웠다. 시세 등락이 워낙 심해서다. 망하고 내려간 이들도 있고 나름대로 돈을 조금 번 이들도 있다. 귀네미 마을의 신재순(61) 통장은 "그나마 이젠 주변의 다른 마을보다 잘 사는 마을이 됐다"고 했다.

귀네미골은 백두대간에 걸쳐있는 마을이다. 배추밭의 가장 높은 능선에 오르면 동해의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1월 1일이면 일출을 보려고 많은 이들이 마을을 찾기도 한다. 신 통장은 "정동진보다 몇 분 일찍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바로 능선 너머가 삼척의 환선굴이다. 마을에서 등산로로 30분이면 환선굴에 닿는다. 한겨울 눈이 많이 쌓인 배추밭은 거대한 설원으로 변신한다. 지금은 바람에 눈들이 많이 날려 맨 흙이 드러났다.

바람은 배추밭 능선에서 가장 지독하게 분다. 백두대간을 넘는 이 바람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세다. 비슷한 고랭지채소밭인 매봉산이나 안반덕처럼 이곳에도 조만간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된다고 한다. 11대의 국산 풍력발전기가 들어서기로 했고 이미 착공식도 마쳤다.

■ 여행수첩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 사북 고한을 지나 태백까지 달린다. 태백시내 조금 못 가 검룡소, 하장 방향 35번 국도로 좌회전해 삼수령을 넘어 계속 직진하면 건의령 입구와 광동댐 입구에 이른다.

건의령 입구에서 토산교까지 이어지는 아리수길 2코스 전체 구간 중 건의령 입구에서부터 광동댐 입구까지와 광동삼거리에서 갈전리까지는 걷기가 마땅치 않다. 골지천의 물길도 좁고, 길도 지루해 그냥 차로 이동하는 것이 낫다.

삼수령 인근 구와우 마을의 '구와우 순두부'집은 순두부를 푸짐하게 차려낸다. 커다란 대접 가득 나오는 말간 순두부에 강된장, 매운 양념, 잘게 썬 김치 등으로 입맛에 따라 간을 해 먹는다. 1인분에 5,000원. (033)552-7124

승우여행사는 6일 떠나는 아리수길 걷기(2코스) 참가자를 모집한다. 오전 7시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당일 일정으로 다녀온다. 참가비 4만5,000원. 교통편, 점심 식사 등이 포함됐다. (02)720-8311

삼척=글ㆍ사진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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