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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아내 위상 따라 변해가는 '이혼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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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아내 위상 따라 변해가는 '이혼의 이유'

입력
2010.02.0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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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소박 맞은 아내에서, 2000년대 매맞는 남편까지….'

폐허에서 일군 대한민국의 압축성장 신화만큼이나 지난 50여년 간 부부 간에도 엄청난 위상 변화가 있었다. 주로 아내의 권위가 높아진 반면, 남편의 위치는 크게 위축됐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1956년 창립 이래 작년 말까지 총 100만 건의 부부문제를 상담한 분석 결과를 4일 내놓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부 문제는 복잡 다양하지만, 주로 여성의 권위가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1950~60년 끼니 때우기도 급급했던 시절, 남성은 전횡을 휘둘렀고 여성은 순종해야 했다. "남편은 매우 가부장적이다. 내가 뭔가를 가져다 달라고 했더니, '어떻게 내게 명령하느냐. 엄마가 아버지에게 한 것 못 봤느냐'며 화를 냈다. 다시 태어난다면 벼룩이라도 수컷으로 태어나고 싶다." 한 아내의 이혼상담 사례는 당시 제왕적인 남편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70년대는 부부 갈등이 태동한 시기.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의식이 높아진 여성은 가끔씩 남편에 대들기 시작했고, 남편은 움찔했다. "나는 안 먹고 안 입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데, 그 때마다 시집에서 돈을 가져가니, 시집사람들만 보면 가슴이 뛴다."남편과의 갈등의 씨앗은 이때부터 조금씩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여성이 가정 내 '칼자루'를 쥐기 시작한 건 80년대부터. 여성 취업 인구가 늘면서 남성 지배 문화는 급속히 수그러들었다. 여성의 경제력 향상은 자연스레 여성 권리 찾기로 이어졌고, 가족법 개정문제는 민주화 운동만큼 중요한 이슈가 됐다. 아내는 이제 남성의 폭력에 가출로 맞섰다.

90년대 늘어난 이혼은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았다. 고학력으로 사회진출이 많아진 여성은 자유로운 삶을 원했고, 갑작스런 변화에 남편은 당황해 했다. "결혼하고 나서 직장생활을 계속했다. 육아와 살림을 친정엄마가 곁에 살면서 다 해주셨다."는 사례는 일상 풍경이다.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시는 유부녀를 보고 놀라워하지 않는 시대다.

2000년대 들어 매 맞는 남편은 더 이상 뉴스가 안됐다. "남편이 돈이라도 벌 때는 참아줬는데 실직한 뒤 술 마시고 행패 부려 못 봐주겠다. 이혼하고 싶다." 인내가 없는 세상. 이젠 서로가 잘 났으니, 걸핏하면 이혼한다.

곽배희 소장은 "지난 50여년 간의 가정내 빠른 세태 변화는 역동적인 사회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국내 여성의 권익이 시대 발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신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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