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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1년 증권CEO에 듣는다] <1>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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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1년 증권CEO에 듣는다] <1>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입력
2010.02.0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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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로 자본시장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증권시장의 첩첩 규제와 높은 칸막이를 헐어내 경쟁과 소비자보호를 촉진하고, 나아가 투자은행(IB)으로의 길을 연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자본시장법은 공교롭게도 태동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과연 지난 1년 우리 자본시장은 얼마나 변했고, 앞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자본시장이 존속하는 한 IB의 사형선고는 나올 수 없습니다."

자본시장법 1년이 지난 지금, 가장 큰 관심은 역시 IB의 미래다. 그도 그럴 것이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등 자본시장법이 '모델'로 삼은 IB들은 금융위기 이후 줄줄이 쓰러졌고, 최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IB규제를 더 강화하는 개혁안까지 내놓으면서, 'IB=위기의 주범=나쁜 금융회사=모델로서 용도폐기'란 인식이 퍼진 탓이다.

하지만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IB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고 매력적이라고 했다. "IB는 자본이 필요한 측과 공급하는 측을 자본시장을 통해 중개하는 곳입니다. 때문에 자본시장이 있는 한 이 기능이 없어질 수는 없지요. 다만 이번 금융위기에서 곪아터져 나온 IB들의 문제는 탐욕으로 인해 본말이 전도된 결과입니다." 즉, '자본 중개'라는 본질을 망각하고 '자기자본투자'에 매몰된 게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증권사들이 지향해야 할 한국형 IB는 무엇보다 본질과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공개(IPO)든, 인수합병(M&A)이든, 회사채 인수ㆍ발행이 됐든, 자본중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무리한 투자에 대해 스스로 절제한다면, IB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는 것이다.

유 사장은 "한국형 IB는 잘만 다듬으면 해외 수출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식 경제발전 모델을 따르는 개발도상국이라면, 한국형 IB가 선진 IB모델보다 접목하기에 훨씬 유리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유 사장은 금융위기로 미뤄졌던 증권사간, 금융기관간 경쟁도 다시 불붙을 것인 만큼 올해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자산관리, IB 등 모든 주요 사업부문에서 한국투자증권을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로 끌어 올리겠다"면서 "특히 고객자산관리시장의 리더 자리만큼은 결코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이번에 삼성생명 IPO의 대표주관사 역할을 맡게 된 것에 대한 기대도 큰 듯 했다. 유 사장은 "이 같은 대형 딜의 주관사를 맡은 것은 개인적으로도 큰 기회이자 행운"이라며 "이를 계기로 한국투자증권을 IB의 리더로도 도약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구안을 갖고 개척한 베트남에는 상반기에 합작 증권사를 출범시키고, 중국시장도 본토펀드를 출시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금융실크로드' 구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유 사장은 금융위기로 인해 자본시장법에 걸었던 당초 기대 만큼의 변화는 없었지만, 그래도 큰 교훈을 얻게 됐다고 했다. 바로 '정도 경영'이다.

"자본시장법으로 촉발된 무한경쟁에서 금융기관이 투자자들로부터 선택 받으려면 결국 소비자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은 지난 1년간 보다 분명해졌습니다. 앞으로 그렇게 갈 것입니다."

■ 만약 지금 1억원을 투자한다면?

"우선 50%(5,000만원)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서비스에 맡길 생각이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모든 투자상품에 대해 경기나 시장변동에 맞춰 전문가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투자 관리를 해준다니, 믿고 맡겨보고자 한다.

또 30%(3,000만원)은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증시는 큰 폭의 상승이나 하락 없이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장세에선 ELS가 상대적으로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다.

나머지 20%(2,000만원)은 중국 본토펀드에 넣으면 어떨까 한다. 리스크는 있지만 여전히 승산도 많다. 전체 포트폴리오로 봐서도 80%정도는 안정적으로 갔으니까, 20%는 좀 도전적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정리=문향란 기자 iami@hk.co.kr

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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