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스페인에 이어 그리스가 2일 정부 재정적자를 큰 폭으로 줄이는 긴축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로존(유로통화 사용 16개국) 공동 붕괴 우려가 다소 잠잠해졌다. 하지만 역시 천문학적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미국ㆍ영국 등 대국들에게는 경제회복을 위한 방만한 재정운영을 용인하면서, 스페인ㆍ그리스ㆍ포르투갈 등에게만 가혹한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국제사회의 이중잣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일 공공부문 근로자 임금동결과 유류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한 긴축정책을 발표했다고 영국BBC방송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집행부와 독일 등의 압력에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그리스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 12.7%에 달하던 재정적자 규모를 2012년까지 EU 기준인 3%까지 낮출 방침이다.
유로화 체계 수립에 공헌이 큰 독일 경제학자 오트마르 이싱은 “그리스의 긴축정책은 국민들에게 피와 눈물을 요구하겠지만, 고통 없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BBC에 말했다.
이에 앞서 스페인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도 지난주 공공지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긴축정책을 발표했다. EU 집행부의 눈총을 받는 ‘재정적자 3인방’ 중 포르투갈만이 긴축정책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빅토르 콘스탄치오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가 이날 “어렵지만 재정지출 축소와 간접세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대내외적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전세계 경제위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한 긴축정책은 해당국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발표 직후 그리스 공공노조는 “다음주부터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도 독자적 성격이 강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긴축정책에 순응할지도 회의적이다. 2일 발표된 유로존 제조업 전망은 2년 만에 최고 회복세를 기록했지만, 스페인과 그리스는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 무리한 긴축정책이 자칫 또 다른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교수는 2일 “국제기구들이 10여년 전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유사한 긴축정책을 강요해 국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킨 적이 있다”며 “현 상황에서 긴축정책은 경제회복속도를 낮춰 오히려 더 큰 재정부담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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