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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파스타' 왜 인기 있을까/ '파스타' 세가지 맛에 비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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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파스타' 왜 인기 있을까/ '파스타' 세가지 맛에 비밀 있다

입력
2010.02.0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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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에 쇠고기나 조개, 국수 등을 넣고 볶은 뒤 다시 기름을 두른 파스타. 위장 깊숙한 곳까지 전해지는 느끼함에 김치 생각이 간절해지는데, 연애시절 가끔 파스타를 먹자는 그녀와 다툰 기억이 새삼스럽다.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가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때 12%대에 머물던 시청률(AGB닐슨 조사)이 꾸준히 상승하더니 2일 방송은 17.2%를 기록했다. 대체 '파스타'에 무엇을 넣었기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파스타엔 '토마토'가 있다

▲남몰래 사랑 '달콤새콤'

'파스타'에서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맛은 잘 익은 토마토의 단맛이다. 셰프 최현욱(이선균)이 주방보조 서유경(공효진)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화물차 짐칸에서 덜덜 떨면서 유경에게 소리지르는 현욱의 모습은 달디단 사랑에 빠진 것으로 비친다. 입으로는 소리를 지르지만 눈은 항상 웃고 있다.

그렇다고 토마토 본래의 새콤한 맛을 잃은 것은 아니다. 유경이 눈웃음을 치면서 "셰프님의 요리는 맛은 있지만 못됐습니다"라고 현욱에게 던지는 당돌한 말, 현욱의 볼에 기습 뽀뽀를 하고 도망갈 곳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은 새콤하다.

파스타엔 '올리브'가 있다

▲실패의 순간 '씁쓸'

실패의 맛은 통조림에 든 올리브를 씹었을 때 느껴지는 씁쓸함과 비슷할까? 유경이 사소한 실수로 레스토랑에서 해고되는 것이나 오세영(이하늬)과의 요리 경합에서 패한 것은 자못 씁쓸하다. 그러나 올리브의 씁쓸함이 치즈와 토마토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듯 주인공의 실패는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파스타'의 무리 없는 구성은 올리브유의 역할을 한다. 마늘이나 조개 등 재료의 향이 면발에 부드럽게 스며들게 하는 올리브유처럼 주연과 조연들의 조화가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에 무난하게 녹아 들어 있다.

파스타엔 '피클'이 있다

▲조연들 감칠연기 '개운'

드라마에 사랑과 경쟁, 실패만 난무한다면 자칫 단조로울 수도 있을 터.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주는 피클처럼 조연들의 톡톡 튀는 연기가 있어 '파스타'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레스토랑에서 쫓겨난 이희주(하재숙)가 현욱을 비난하면서 "간장에 조려 죽일 놈" "(식빵을 손으로 찢으면서) 찢어버려"라고 던지는 대사는 개운하다. 남녀차별, 권위주의로 똘똘 뭉친 현욱을 아는 사람이라면 개운한 맛은 한층 더할 게다.

냉장고에 갇혀 죽을 고비를 넘긴 유경, 시청자들은 현욱이 그녀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랬냐"다. 둘이 사랑싸움을 하다가 얼굴이 가까워지는데, 키스를 할 것 같던 분위기는 불과 1초 만에 깨지고 둘은 등을 돌려 각자 집으로 향한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은 '파스타'를 질리지 않게 한다.

다만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며 여성 요리사들을 해고시키는 설정이나 "여자가 말이야"를 연발하는 현욱의 태도는 성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현욱 역을 맡은 이선균의 부정확한 발음도 시청자들에게 빈축을 사는 '파스타'의 옥의 티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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