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로 연일 충돌하고 있는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언어를 살펴보면 두 사람이 강조하는 가치 개념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정 대표는 '미래'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지만 박 전 대표는 '신뢰와 약속' '균형발전'을 내세운다.
정 대표는 '과거에 대한 약속' 과 '미래에 대한 책임'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고 묻고 있다. 또 연일 대화와 토론, 타협을 강조하며 세종시 당론 변경 논의를 위한 토론장에 박 전 대표가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 대표는 3일 라디오 연설에서 "민주화된 국가의 리더십이 포퓰리즘에 발목 잡혀선 안 된다. 포퓰리즘 아래서는 자유와 민주가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며 포퓰리즘 탈피라는 개념도 추가했다.
박 전 대표는 신뢰와 원칙, 약속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됐다" "신뢰의 가치는 300조원" 등의 그의 발언에 이런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종시 수정 추진은 신뢰와 약속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수도권 과밀 해소와 균형발전이란 가치를 추가했다. 박 전 대표는 2일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원안을)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종시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중시하는 용어가 다른 것은 우선 세종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비롯됐다. 나아가 차기 대선 경쟁을 의식한 전략적 개념 설정과 차별화로 볼 수도 있다. 아울러 다른 인생과 정치 역정을 겪어온 두 사람이 각각 원칙과 실용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충돌 구도에서 정치적 득실을 명확히 따져보기는 어렵다. 다만 차기 주자 지지도 1위인 박 전 대표와 대결구도를 만든다는 점에서 정 대표로선 손해 볼 게 없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대리전'이라는 시각은 부담스럽다. 박 전 대표의 경우에는 정 대표와 맞대결하는 것은 득이 될 게 없다는 분석이 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실점할 것도 없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다만 세종시 정국을 거치면서 박 전 대표가 정치적 기반을 다질 수 있지만 유연성 부족 등의 이미지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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