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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잦은 '민심 수습 행보'… 화폐개혁 역풍 심상찮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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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잦은 '민심 수습 행보'… 화폐개혁 역풍 심상찮은 듯

입력
2010.02.0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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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폐개혁 실험은 결국 민생파탄만을 남긴 채 실패로 끝나는 걸까.

지난해 11월 사회주의 경제 복원을 내걸고 단행된 화폐개혁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시행 두 달 여만에 아사자가 속출하고 주민 반발이 거세지는 등 불안의 징후들이 완연해지고 있다. 여기에 화폐개혁을 지휘한 총책임자의 경질설까지 나오면서 북한이 사실상 실패를 자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걸림돌은 공급 능력 부재

화폐개혁은 북한에게 모험에 가까운 실험이었다. 겉으로 주민생활 안정을 표방했지만 실상은 자본주의 요소가 강하게 침투해 있는 시장을 틀어막아 상품 거래와 유통의 주도권을 국가에 귀속시키겠다는 의도였다.

화폐개혁의 요체는 만성적인 상품 공급 부족에 따른 높은 물가를 잡고, 국가가 지급하는 임금을 올려 주민 생활 수준을 높이는데 있었다. 이를 위해 신권화폐 대 구권화폐의 교환비율을 1대 100으로 정했다. 또 화폐 교환 총액을 제한, 부자들의 부를 박탈하려는 조치도 취해졌다.

하지만 성립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신권 1원이 구권 100원의 가치를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권 공급과 함께 이에 걸맞은 풍부한 상품공급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폐쇄된 시장을 대신한 국영 공장 등 국가부문은 자원 부족으로 인해 너무나도 허약했다. 일례로 지난해 북한 주민의 최소 필요 식량 소요량은 548만톤였는데, 2008년 생산량은 431만톤에 그쳤다.

쌀 등 생필품 공급이 줄어들자 물가는 화폐개혁 후 새로 정해진 국정가격을 비웃으며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kg당 20원하던 쌀 가격은 1월 하순 기준으로 600원대로 올랐고, 환율도 12월초 달러당 30원에서 530원으로 뛰었다. 화폐 개혁 이전 수준의 가격 및 환율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된 것이다.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물가가 더 오를 것을 기대하는 유통업자들이 생필품들을 내놓지 않아 공급 부족 현상이 악화하고 있다는 게 북중 무역업자들의 전언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 재정은 바닥인데 공급만 막다 보니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혁 실패 인정?

화폐개혁의 후폭풍은 권력 핵심으로 향하고 있다. 화폐개혁을 주도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의 해임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나 박 부장 경질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박 부장이 지난달 20일게 해임됐다"고 전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박 부장은 지난달 9일 김책제철연합기업소 궐기모임에 참석한 것을 끝으로 북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조봉현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박 부장이 지난해 김 위원장 현지지도를 3번째로 많이 수행한 핵심 측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처벌 말고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일 특단의 해결책 내놓을까

위기감은 김 위원장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국방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월 한달 간 총 25회의 공개활동을 했다. 1998년 집권 이후 최다 횟수다.

특히 "흰 쌀밥에 고깃국" 등 민생관련 발언이나 식료공장 등 민생 사업장 방문이 부쩍 늘어났다.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인상을 준다.

김 위원장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먼저 중국 방문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전문가는 "중국에 손을 벌려 급한 불을 끄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 개방과 외환 사용을 이전 수준으로 환원시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북한이 이 같은 배경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접근한다는 풀이도 있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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