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명석의 That's hot] '도도함'버린 소녀들이 원하는 것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명석의 That's hot] '도도함'버린 소녀들이 원하는 것

입력
2010.02.03 23:12
0 0

"어떻게 하나 콧대 높던 내가 말하고 싶어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소녀시대의 신곡 'Oh!'는 그들의 자기고백처럼 들린다. 콧대 높은 아가씨들이던 그들은 'Oh!'에서 처음으로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고백한다.

소녀시대는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에서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라며 소녀의 꿈을 노래했고, 귀여움을 강조한 'Kissing you'나 'Gee'에서도 사랑에 수줍어할 뿐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뮤직비디오도 남성 없이 그들끼리 즐거운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Oh!' 뮤직비디오에서 그들은 남성적 스포츠인 미식축구 선수들을 응원한다. 무대 의상도 'Gee'의 스키니 진처럼 여성들이 따라 입을 만한 의상이 아니라 발랄한 섹시함을 내세운 치어리더 복장이다. 핫팬츠로 섹시함을 드러낸 '소원을 말해봐'에서도 그들은 남성의 소원을 들어주는 도도한 존재였다. 하지만 'Oh!'에서는 "오빠"를 외치며 먼저 다가온다.

이런 변화는 그들의 달라진 입지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과거 음원차트 성적과 별개로 정규 1집 앨범이 10만장 넘게 팔릴 만큼 마니아 팬이 많았다. 하지만 'Gee' 이후 소녀시대는 라면부터 금융 광고까지 거의 모든 CF에 출연하는 범대중적인 걸그룹이 됐다. 'Gee'는 소녀시대 특유의 분위기에 당시 유행하던 후크송을 잘 배합해 빅히트를 기록했고, 그 뒤의 '소원을 말해봐'와 'Oh!'는 'Gee'로 늘어난 팬층, 특히 성인 남성의 취향을 공략한다. 그들의 치어리더 의상과 핑크 부츠는 이전의 어떤 의상 콘셉트보다 단순 명료하고, "전에 알던 내가 아냐 Brand new sound"와 "Oh Oh Oh Oh"처럼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가 빠르게, 많이 반복된다.

마치 1,000만 관객을 노리는 영화처럼 소녀시대는 직설적이지만 누구나 쉽게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코드를 강조한다. 앨범도 벌써 15만장 선의 주문이 들어온 만큼 마니아와 그 밖의 팬 모두를 잡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소녀시대가 더 많은 대중성을 원할수록 그들만의 색깔은 사라진다. 'Oh!'는 두 개의 멜로디를 많이 반복하려다 오히려 흐름이 산만해지며 멜로디의 효과도 반감된다. 치어리더는 소녀시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걸그룹이 대중성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결국 남성을 향한 애교와 섹시함뿐일까. 물론 반전의 가능성은 있다. 'Oh!' 뮤직비디오 마지막에 그들은 도도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치어리더 복장으로 "오빠 사랑해"까지 외친 그들. 이후 소녀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