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 돌게 하는 음식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진다. 일단 배 주릴 걱정은 없으니 하늘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자판기라도 되는 양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음식을 뿌려대기까지 한다. 음식 취향까지 고려해주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사람들은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할 필요도 없고 그저 음식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하나님이 이집트의 노예였다가 가나안 땅을 찾아 헤매던 이스라엘인들에게 매일 새벽마다 '만나'라는 일용할 양식을 내려줬다는 구약성서의 내용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지상낙원이 따로 없을 듯하지만 과연 행복한 기상이변으로만 받아들일 일일까.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흥미로운 영화다. 음식이 비처럼 쏟아진다면 과연 문명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어린아이의 상상력으로 재난영화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다.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유치한 웃음을 전하면서도 무엇이든 차고 넘치는 현대사회에 제법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공식적 관람 등급은 전체 관람가이면서도 실제로는 '12세 이하 관람가'인 여타 애니메이션보다 성숙하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대서양에 위치한 '꿀꺽퐁당 섬'. 먹을 것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정어리밖에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플린트는 위대한 발명가를 꿈꾼다. 하지만 '동물 생각 통역장치' 등 그의 엉뚱한 발명품은 마을에 평지풍파만 일으킬 뿐이다. 문제 청년으로 찍혀있던 그는 물만으로 음식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퍼 음식 복제기'라는 발명품을 개발한다. 그의 이색 발명품이 전력 과다 공급으로 하늘로 올라간 뒤, 햄버거 등이 지상 위로 내리붓기 시작한다. 플린트의 발명품이 구름 위의 수증기와 반응해 음식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 하늘에서 내려오는 풍족한 먹거리에 섬사람들은 환호하고, 섬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진할수록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공포의 대상으로 변질된다. 발명품이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하늘의 선물은 커다란 재난으로 돌변한다. 학교 건물을 덮을 만큼 거대한 크기의 팬케이크가 하늘에서 폭탄처럼 떨어지고, 스파게티는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인공구조물들을 집어삼킨다. 하기야 크기는 둘째치고 '치킨 우박'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어디 외출을 꿈에라도 생각할 수 있으랴. 플린트가 발명품의 작동을 멈추기 위해 통과하는, 음식으로 이뤄진 거대한 통로도 의미심장하다. 마치 콜레스테롤 때문에 좁디좁아진 혈관을 보는 듯하다. 물질적 풍요에 흥청대는 현대사회에 이 영화는 그렇게 위협적인 경고장을 보낸다.
재난영화의 외피를 빌려 음식의 끔찍한 면을 일부 묘사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깜찍한 재미에 무게중심을 둔다. 하늘에서 내려온 아이스크림으로 눈싸움을 하거나, 아이들이 쌓인 아이스크림에 몸을 던져 맛을 음미하는 장면 등은 상상력의 절정이다. 젤리로 만들어진 집에서 플린트가 데이트하는 장면도 눈요깃거리다.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고 졸라댈까 봐 자녀들에게 보여주기 고민될 정도다.
여러 영화를 짜깁기해 재미를 더한 점도 흥미롭다. 플린트가 하늘에 떠있는 발명품을 공략하는 모습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우주전투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쿵푸 영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도 이어진다.
1978년 발간돼 밀리언셀러가 된, 주디 바렛과 론 바렛의 동명 동화를 밑그림 삼았다. 지나친 탐식이 불러오는 불행에 대한 교훈을 전하면서 자녀와 함께 보면 좋을 듯하다. 시커멓게 하늘을 뒤덮은 음식들이 무섭다. 게다가 이 영화 3D(입체)다. 감독 필 로드, 크리스 밀러. 11일 개봉, 전체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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