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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3> 김종량 한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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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3> 김종량 한양대 총장

입력
2010.02.0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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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량 한양대 총장은 자신을 '라이센스 베거(License Beggar)'에 비유했다.

"조금 속된 표현을 빌리자면 '당국으로부터 허가 받은 거지'라고나 할까요?" 대학의 최대 숙제인 재정 확보를 위해 총장이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손을 벌려야 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이다.

김 총장은 물가상승률의 1.5배 이내로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는'등록금 상한제'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등록금 상한제는)용납할 수 없다"며 "등록금을 묶어 놓고 세계 대학과 경쟁하라는 것은 대학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재정 투자 비율을 지금보다 2배 정도 늘리라는 주문이기도 했다.

김 총장은 대입 자율화와 관련,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3불(고교등급제ㆍ본고사ㆍ기여입학제 금지) 정책을 제외하곤 대입 전형의 대학별 자율화가 상당히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학 재정을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까요.

"정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무조건 늘리는게 가장 중요해요. 사립대는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맡고 있어요. 재정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정부의 재정지원은 아주 미흡해요.

OECD 회원국의 평균 교육재정이 GDP대비 4.6%(초·중등3.5%, 고등교육 1.1%)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수준이에요. 이중 초·중등교육은 3.4%로 OECD 평균(3.5%)과 비슷하지만 고등교육은 0.6%에 불과해요. OECD평균(1.1%)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정부가 왜 사립대에 재정 지원을 해야 하나요.

"대학 입장에선 경쟁력 강화에 매달릴 수 밖에 없어요. 이럴러면 지속적으로 연구활동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또 OECD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도 놓쳐선 안되겠죠. 교수1인당 학생수를 줄이는 부분 역시 간과할 부분이 아니에요. 투자재정확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인 지금 펼쳐져 있어요."

-등록금으론 대학 살림살이가 불가능한가요.

"우리나라 사립대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규모는 연구비, 정부보조금, 기부금 등보다 월등하게 비중이 큽니다. 등록금 인상을 통해 재정을 확보하는 게 일면 맞지요.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아요. 몇가지 이유가 있어요. 단기적으론 등록금 상한제 시행과 함께 최근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학부모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이때문에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심해요.

장기적으론 학령인구의 감소 및 초과 공급, 대학에 대한 선호도 감소, 대학지원자 수 감소 등의 이유로 전체 등록금 규모가 감소할 걸로 예상되는거죠. 등록금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재정확보 노력이 필요한 것도 이때문입니다."

<김 총장은 등록금과 기부금 등 등록금 외 수입이 7대 3 가량인 현행 사학 재정 구조로는 세계 대학으로의 도약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경우 3대 7이 돼야 그나마 100위권 대학 진입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연간 1조2,000억원 정도를 쓰는 반면 한양대의 지출 규모는 5,000억원 내외라는 설명도 부연했다.>

-대입 전형이 어느 정도 자율화 했다고 보는지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3불 정책 등을 제외하곤 대학별 대입 전형의 자율화가 상당히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수시모집이 대입 자율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큽니다. 수시를 통해 대학의 특성에 맞는 전형과 전형방법 및 요소를 다양하게 개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뽑고 있어요."

-2010학년도 한양대의 수시모집 결과는 어땠나요.

"수시1차 전형에서는 한양우수과학인, 미래인재, 재능우수자, 국제학부, 외국어우수자 등 6개 전형을 개설했어요. 입학사정관이 면접 및 실기, 서류심사 등의 전형요소에 참여하고 있어요.

수능 성적과 관계없이 잠재성과 창의력을 최대한 검증하는 방법을 선택해 선발했어요. 수시2차 전형에서는 일반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논술우수자를 뽑았는데, 소기의 목적을 거뒀다고 자평합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사교육비를 줄였다고 보는 지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대입시는 당장 사교육비를 줄이는 건 불가능해요. 입학사정관제를 하더라도 사교육비가 일시에 경감될 거라는 기대는 금물입니다. 고등학교의 공교육이 정상화돼야만 사교육비가 감소할 겁니다.

이 과정에서 대학이 특히 노력해야 할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봐요. 적어도 '점수로 학생들을 서열화 하지는 않겠다'고 해야 사교육비가 줄어들 거라는 생각이에요."

-올해 입학사정관제 전형 합격생 중 특이한 학생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기계적으로' 봉사활동을 한 학생은 탈락한 경우가 적지 않아요. 50시간의 해외봉사 활동을 다녀온 학생도 떨어졌어요. 오직 대학 합격만을 위한 봉사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엔 어울리지 않아요.

철학과의 한 합격생도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 학생은 중학교때부터 서당에 다녔고, 한자시험에 최연소 합격한 기록도 갖고 있어요.

고문과 고전을 탐독했고, 앞으로 동양철학 사상가가 꿈이라고 하는데, 이런 학생이야 말로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궁합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통해 들어온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놓고 말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사실 그런 측면이 있어요. 성적이 일반 학생들보다 뒤처진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한양대도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어요.

2009학년도에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의 대학 1학년 1학기 학점을 파악했더니 평균 학점이 3.48점(4.5점 만점)이었어요. 일반 학생들의 평균 학점(3.14점) 보다 월등히 높았어요.

이런 결과를 놓고보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도 기초학습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대부분 합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취도 및 창의성에 대한 종단 연구를 현재 진행하고 있어요. 이런 연구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입학사정관 전형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합격생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대학이 키워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닌가요.

"입학사정관 전형은 선발에만 국한시켜선 안되겠죠. 잠재력과 소질, 특기, 리더십 등을 두루 갖춘 학생을 뽑기만 하고 사후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선발의 취지가 퇴색될 겁니다.

잠재력 계발과 미래 설계에 도움을 주는 노력은 대학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한양대의 경우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인재육성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어요. 교육사업과 봉사사업으로 나눠 문화체험 및 어학연수, 해비타트 등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하는 작업이지요."

-2011학년도 한양대 전형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입학사정관들이 사정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전형 비율을 22.8%로 늘렸습니다. 전체 모집인원 5,187명(정원외 포함) 중 1,180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을 예정이에요.

정시모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합니다. 모집인원의 70%는 수능 성적만으로 우선선발하고, 나머지 30%는 학생부 50%+수능 70%로 뽑게되는 거지요."

<김 총장은 대입 전형의 자율화 못지 않게 공교육의 정상화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교육 없이 공교육 내에서 충실히 공부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게 입학 최종 목표"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 밖에서 성취되는 결과물(사교육) 보다는 학교 안에서 결과물에 초점을 두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정상화를 유도하겠다"는 다짐도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비한 사교육기관의 발빠른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대응책으로 읽혀졌다.>

-학교 운영이 어려운 사립대가 문을 닫는 사태가 온다고 합니다.

"경쟁력 없는 대학을 폐교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정원의 50%도 채우지 못해 재정적으로 아주 어려운 대학은 문을 닫게 하는 것 보다는 사정이 비슷한 대학과 M&A 하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대학들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입니다."

-대학의 구조개혁 바람으로 실용학문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학이 직업훈련소가 되는 것은 반대입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순수 학문과 실용 학문의 조화에서 찾아야 해요. 공학계열 대학으로 출발한 한양대는 실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요. 실험실 지식에만 머무는 것은 소용이 없어요. 실용 학문이든, 순수 학문이든 삶에 도움이 되는 지식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요."

<김 총장은 '실용주의자'로 다가왔다. 융합 전공 및 연계 전공을 적극 개발해 보급했고, 글로벌 실용인재 양성을 위해 2006년엔 리더십센터를 만들었다. 리더십센터에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리더십 인증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대학 구조개혁의 바람직한 해법은 없을 까요.

"대학이 발전과 함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일단 내부 역량을 키우는게 중요해요. 외부 자원의 유입이 활성화되고 환경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는게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대학 구조개혁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텐데, 그러려면 자율책임경영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한양대가 시행하는 자율책임경영시스템은 이런 겁니다. 궁극적으로 단과대학과 부속기관 등 대학을 구성하는 단위조직을 책임단위로 설정하는 거지요.

이 책임단위에 수입창출과 비용구조개선을 위한 책임을 恝㈖求?것은 물론, 이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율운영권한도 주는 겁니다. 결국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는 게 자율책임경영시스템의 기본철학인 셈이지요."

-교수들을 현실에 안주하게 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교수는 연구 이전에 명강의를 해야 학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지식에 대한 갈증도 풀어줄 수 있다고 봐요. 강의평가제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올해부터 명강의를 하는'베스트 티처'50~60명을 뽑아 시상합니다.

강의 평가 상위 50% 교수 명단도 공개할 생각입니다. 교수학습개발센터를 만들었는데, 여기서 강의 클리닉을 반드시 받아야 승진 및 승급이 가능하도록 했어요.

업적평가는 현재 논문 60%, 강의 30%, 봉사 10% 등의 비율로 되어 있는데, 앞으론 강의 비율을 더 높일 작정이에요. 교육과 연구가 대등해져야 교수의 경쟁력, 나아가 대학의 경쟁력이 강해질 겁니다."

사진=배우한기자 bwh3170@hk.co.kr

김진각 교육전문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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