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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들, 잉카'전 베스트 오브 베스트] <2> 라이몬디 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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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들, 잉카'전 베스트 오브 베스트] <2> 라이몬디 신상

입력
2010.02.0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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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고대 문명에서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단을 내부적으로 결속하고 외부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동물 등 자연의 형상, 혹은 사물을 선택해 예술로 표현했다. '태양의 아들, 잉카' 전에서도 이러한 집단적 표상이자 신상으로 볼 수 있는 유물이 많이 전시되고 있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하지만, 이런 도안들이 바로 안데스의 고대인들이 중요하게 모셨던 신의 모습이다.

신비롭고도 기괴한 신상을 이해하기 앞서 안데스에 살았던 고대인의 우주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잉카인의 우주는 비가 내리는 하늘, 일하는 땅, 그리고 과일이 생겨나고 조상들이 묻혀있는 지하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었다. 잉카인은 이러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각각 다른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은 독수리나 올빼미 혹은 콘도르와 같은 새, 땅은 재규어 혹은 퓨마와 같은 펠리노(고양이과 동물의 총칭)의 세계로 여겼다. 지하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뱀과 거미라고 생각했다. 이런 동물의 신성한 힘은 그림이나 조각상을 통해 신격화되었으며, 인간은 이들의 힘을 포용해 결국 사람과 합쳐진 신상의 모습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잉카인의 우주관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신상이 바로 페루 북부 고산지역에서 발흥한 차빈문명의 '라이몬디 신상'이다. 이 신상은 페루 북부 앙카시 지역의 소작농에 의해 1840년 차빈 유적 부근에서 발견됐는데, 이탈리아 박물학자 안토니오 라이몬디가 집으로 가져가 탁자로 쓰다가 학계에 알려졌고 그의 이름이 붙었다.

라이몬디 신상은 높이 196cm, 너비 76츠, 두께 19cm의 크기다. 화강암 석판의 앞면에는 신의 모습이 동일한 간격의 선으로 여러 번 중복돼 새겨져 있다. 정면을 향해 양 팔을 들고 손에는 펠리노 상이 있는 긴 홀을 들었다. 윗부분은 머리카락 혹은 보관을 상징하는데 기본적으로 새의 꼬리 깃을 염두에 두고 등 쪽으로 펼쳐진 모양이다. 여러 번 중복하여 새겨 복잡하게 보이지만 결국 펠리노와 뱀과 콘도르를 혼합한 도안이다. 차빈 양식으로 불리는 이러한 도안은 BC 1,000~400년경 안데스의 전 지역에 확산돼 잉카 고대문명을 통일한 위대한 문화적 전통이 되었다.

'태양의 아들, 잉카'전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3월 28일까지 계속됩니다. 문의 1588-7862

최흥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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