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국회 대표연설에서 '연내 개헌 논의, 내년 2월 임시국회 개헌안 발의'라는 구체적 일정을 밝히며 개헌 논의를 제안했다. 그제 김형오 국회의장이 2월 임시국회 개회사를 통해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며 밝힌 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 대표는 1월 신년연설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한 바 있고, 지난달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2월 중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도 닮았다. 적어도 여권에는 개헌 의욕이 넘친다. 구체적 일정이나 방향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하고 있는 청와대도 개헌 문제를 행정구역 개편, 선거구 개편과 함께 정치개혁의 핵심과제로 봐 온 지 오래다. 또 경기도가 지방분권의 명문화를 위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경찰청도 수사권 독립 문제에 미칠 개헌의 영향을 짚기에 바쁠 정도이니 정부ㆍ여당 전체에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헌 논의의 필요성은 지난 노무현 정권의 '원 포인트 개헌론'을 비롯해 기회 있을 때마다 거론됐고, 그때마다 적잖은 관심을 끌었으나 결정적 확산의 계기를 잡지 못한 채 식어 들었다. 이 정부 들어 재작년 가을에 김 의장이 강하게 필요성을 제기하고, 지난해에는 나름대로 복수의 대안까지 마련해 논의의 불씨를 살리려고 애썼는데도 마찬가지였다.
공통된 이유가 있다. 국민 사이에, 사회적으로 본격적 개헌 논의가 이뤄지지 못해 장기적 추진력이 떨어진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여야가 개헌 이외의 다른 정치쟁점을 가지고서도 양보 없는 싸움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당장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어제 정 대표의 연설에 대해 일제히 반론을 제기했다. 본격적 논의 여부라도 다루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인 국회특위 구성에도 여전히 시큰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종시 수정안 등 개헌 논의가 아니어도 물고 뜯을 만한 쟁점은 허다하다. 따라서 정치적 영향이 큰 세종시 수정안 같은 쟁점을 서둘러 털어버리지 않는 한 본격적 개헌 논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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