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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3> 성적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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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3> 성적과 성공

입력
2010.02.0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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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거부하는 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이유는 뭘까?

자녀에게 무리한 공부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면 비슷한 답을 한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런데 다들 극성인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한 번 경쟁에서 뒤지면 좀처럼 만회하기 어렵다는 판단, 자칫 인생의 패배자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묻어난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 시점이 점점 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조기교육 열풍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선행학습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상황과도 맞물려 돌아간다. 한 번 실패하면 영원히 실패할 것 같은 강박, 지나친 비관이 대부분의 학부모들에게 스며들어 있다.

물론 한번 성적이 뒤처지면 공부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진한 성적 자체가 흥미와 자신감을 빼앗아 가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한 우려 또한 지나친 비관이 반응한 결과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성적으로 사람을 판정하고 패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부모의 태도가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난 공부의 결과물인 성적보다는 앞으로의 배움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모의 태도가 분명하다면 흥미와 자신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결과와는 관계없이 노력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주면 흥미와 자신감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경쟁과 성적만 도드라진 현실로 인해 왜곡된 학부모 문화는 많은 오판을 낳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명문대로 보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들 그렇게 믿고 있지만 많이 빗나갔다.

대한민국에서 명문대를 가는 가장 넓은 길은 경쟁에 매달리면서 성적에 집착하지 않을 때 열린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개성을 존중하고 잘 살려주는 공부, 자기 페이스대로 꾸준히 지속하는 공부가 가장 강력하고 성공 확률이 높다.

순간순간 이뤄지는 평가보다는 자신의 성장과정에 맞게 한 발씩 전진하는, 무리하지 않는 공부가 명문대로 향하는 길을 더욱 넓게 해준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한 번 일등을 계속 일등으로 만들기 위한 무리한 시도는 위험천만하다. 초반부터 무리하다가 한 번 실패하면 계속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부를 단기전으로 몰아가면 성공 가능성은 크게 준다. 반드시 장기 레이스로 생각해야 한다. 개인별 차이, 과목별 차이, 시기별 차이를 존중하며 무리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최선이다.

오버 페이스를 경계하고 완급을 조절하기보다 무한질주에 매달리면 완주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성적에 대한 집착과 경쟁에 대한 압박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시험 때마다 주어지는 성적에 집착하여 자녀를 압박하면 저항감을 불러온다.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공부의욕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본능적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게임이나 인터넷 같은 소비적인 놀이에 집착하게 된다.

성적 때문에 당장 불안하고 속이 상하더라도 자녀의 인생이 성공적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스스로에게 반드시 물어보자. "꼭 그렇게 성적에 집착해야 하는가?", "꼭 그렇게 눈앞의 경쟁에 연연해야 하는가?"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모든 학생을 재서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는 일이 불법인 나라가 있다. 바로 핀란드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의 귀결인데 평가의 용이성과 공정성 시비 예방, 그리고 경쟁으로 동기부여를 대처하는 편리성을 버리는 대신 학생 개개인의 자발성을 선택한 것이다.

자기 길을 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스스로 열심히 노력한다는 핀란드식 사고방식에서 분명 배워야 한다. 우리 현실에서도 성공한 학부모들은 성적이라는 획일적인 평가결과보다는 개인적인 성적 부진 요인에 관심을 기울인다.

결과에 집착하여 대증요법에 매달리기보다는 원인 치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했던 부모들이다. 그리고 아이의 성적을 자신의 행복으로 생각했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했다.

부모 도리 다하고 싶어서, 남들 다 시키니까 불안해서 안 시킬 수 없다는 구실로, 한 번 자신감을 잃으면 계속 낙오할 것 같은 불안감을 가지고 부모끼리 아이의 성적으로 대리전을 치루고 있었다는 사실을 반성한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나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충분히 압력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부모까지 나서서 성적만을 가지고 형편없는 존재로 몰아가거나 미래의 패배자라는 낙인을 찍는다면, 자녀는 과연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최소한 부모만큼은 당장의 결과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성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하지만 분명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숨은 능력에 희망을 품어야 한다.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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