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코펜하겐 협정에 따라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탄소 배출국인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은 종전의 감축 목표를 고수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여 12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제16차 회의에서조차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치 설정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마감일인 1일까지 목표치를 제출한 국가는 코펜하겐회의에 참가한 190개국 가운데 55개국에 불과했으며, 주요국 중 멕시코 러시아 등은 아예 목표치를 제출하지 않았다. 또한 선진국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해 3년간 매년 100억달러씩 지원키로 한 코펜하겐 협정의 이행 방법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 계획도 내 놓지 못했다.
유엔과 환경단체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이보 드 보어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의 위험에 맞서기 위해서는 각국이 더 큰 의욕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의 웬델 트리오 팀장은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에 “각국이 제출한 목표대로라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3도 이상 증가해 코펜하겐의 목표(상승치 섭씨 2도 이내)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표치를 제출한 55개국도 기존 목표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그마저 조건부인 경우가 많았다. 당초 2005년 배출량의 17%를 2020년까지 감축하겠다던 미국은 이번 계획서에서 “에너지ㆍ기후 법안에 부합하는 선에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즉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는 목표를 지키기 어렵다는 의미다. 17% 감축을 내세웠던 캐나다 역시 “미국의 관련법 통과에 따른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연합도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이내로 줄이되 다른 국가들이 목표를 늘릴 경우 30%로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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