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연극 '중랑천 이야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연극 '중랑천 이야기'

입력
2010.02.02 23:11
0 0

극단 키작은소나무의 2인극 '중랑천 이야기'는 도시라는 공간 속에 만연한 폭력을 헤쳐 나가는 젊은 남녀 한 쌍을 그리는 연극 느와르다. 20세도 채 안 된 두 사람은 가난이 빚은 열악환 환경에 일찌감치 노출돼 있었다.

휴지통 속 말보로 꽁초를 주워 피우는 남자 앞에 솜사탕을 문 여자가 나타난다. 소녀 같은 그녀의 이력은 만만찮다. 중랑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여자에게 남겨진 아름다운 추억은 아버지가 모는 자전거 뒷자리에서 놀던 기억뿐이다. 아름다운 시간과 관련 있는 대목은 그뿐이다. 남자는 이 지역에서 태어난 고아로, 특전사 출신이다.

무대에서 도시의 삶은 추악하다. 착하고 순진한 사람으로 보이던 남자가 킬러로 변신한다는 것으로, 사회적 악인이 될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는 도시의 현실을 비꼰다. 중랑천은 급변하면서 모든 것들을 악화시키는 도시의 상징이다.

공연 초반에 공원관리소장이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기념 불꽃놀이를 기대하시라"고 알리는 방송은 도회적 삶이 허장성세라는 사실의 암시다. 불꽃놀이 장면은 극 말미에서 조명이 어두워지며 전면 막에 빔 프로젝터로 투사되지만, 무대 위의 상황을 지켜본 관객들에게 그 광경은 아름답게 다가오지 않는다.

연출자 김제훈씨는 무대에 걸려 있는 태극기를 중의적으로 사용한다. 우선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적절히 보여주는 계기다. 작가 김봉민씨는 "청년실업 문제 등 경제 현실을 비판하는 대목과 국가의 역할을 연계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그 태극기는 극 후반부, 상처 입은 청년의 팔을 지혈해 주는 붕대 역할도 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의 활동 덕에 부쩍 태극기의 현재를 나타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이 작품은 6월 통영연극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중랑구민회관에서의 공연도 추진 중이다. 원래 계획으로는 중랑천 둔치 공원 풍경을 빔 프로젝터로 쏘려 했으나 극장 시설이 따라오지 못해 불꽃놀이 장면으로 대체했다. 연출자는 "차가 다니는 모습, 일몰 광경, 화려한 불꽃놀이 장면 등 천변 공원 풍경에 맞게 편집해 둔 영상을 여건상 쓸 수 없어 몹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극단은 기술적 문제를 계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키작은 소나무는 2006년 창단, '그냥 청춘' 등 의욕적 무대를 선보여 왔다. 28일까지.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