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반발을 무릅쓰고 용산사건 수사기록 공개를 결정한 이광범(사법연수원 13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법원 정기인사에서 전보 발령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 부장판사는 용산사건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에서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직무대리)로 이달 22일 자리를 옮긴다.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자리는 지방법원 '고참급' 부장판사에게 맡기는 것이 통상적이라 고법부장인 이 부장판사의 인사는 이례적이다. 현재 이 자리는 이내주(16기) 부장판사가 맡고 있어 기수를 거스른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행정법원에 중요 사건이 많이 접수되고 있어 역량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로 보인다"며 "예전에도 고법부장이 행정법원 수석부장을 맡은 사례가 있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고법원장을 지내고 퇴직한 강완구(1기) 변호사와 퇴직을 앞둔 이인재(9기) 서울중앙지법원장, 서기석(1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고법부장 신분으로 이 자리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법원이 재판부 기피신청 등으로 촉발된 검찰과의 갈등을 자연스럽게 해소하기 위해 이런 해법을 택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인사로 현재 서울고법 형사3부에 계류 중인 검찰의 재판부 기피신청은 사실상 심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부장판사 입장에서도 과도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좌천성 인사'로 볼 일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광범 부장의 친형인 이상훈(10기) 인천지법원장은 요직인 법원행정처 차장에 임명돼 눈길을 끌었다. 이 차장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고교, 대학 후배라는 개인적 연고가 깊을 뿐 아니라 법원 내에서 대법원장의 심중을 잘 읽어낼 수 있는 법관으로 꼽힌다.
이광범 부장판사 외에 우리법연구회 출신 인사로는 홍기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한승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가 나란히 부산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그러나 고등법원 부장으로 승진하기 3년 전 모임을 탈퇴하는 우리법연구회 관례상 현재 모임에 소속된 판사는 이번 인사대상에 없었다.
처음으로 고등부장 대열에 오른 17기 중에는 대법원 공보관 출신 변현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포함돼, 공보관 출신이 예외 없이 고법부장으로 승진한 전례를 이어갔다. 여성 가운데는 이정미(1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유일하게 고법부장에 올랐다.
문준모 기자 mo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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