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누리는 사회적 권리와 관련해 유엔이 한국정부에 개선을 권고한 사항이 8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사회적 권리(사회권)는 건강권과 교육권 등 국민이 생존을 유지하거나 생활을 향상시켜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국가에 적극적인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유엔의 권고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국민이 누리는 사회권이 국제적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음을 뜻한다.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유엔사회권위원회'의 보고서 심의 최종견해를 분석한 결과, 권고사항이 83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유엔사회권위원회'는 평균 5년에 한 번씩 '유엔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사회권 규약) 가입국의 규약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데, 한국에 대한 심사는 지금까지 1995년, 2001년, 2009년 세 차례 이뤄졌으며, 앞선 두 차례의 권고사항은 20건과 30건이었다.
이번 권고는 대한민국이 세계 12위권의 경제규모에 비해 사회권 보장이 크게 뒤쳐져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용산사건과 일제고사 등 현안을 거론하는 등 매우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83건의 권고사항을 주제별로 보면 ▦법제도(6개) ▦여성, 아동청소년(18개) ▦이주, 외국인(14개) ▦노동(13개) ▦사회보장(6개) ▦주거(11개) ▦건강(2개) ▦교육(7개) 등이다.
지난 두 차례에는 추상적으로 언급됐다 이번 조사에서 구체적으로 권고됐거나 아예 처음 권고를 받은 사항은 차별금지법, 공적개발원조, 여성 및 청소년 실업, 노숙인 문제 등의 9개 큰 주제 아래 51개 항목이다. 반면 국가인권정책수립과 호주제 폐지 등 2차 보고서 심의에서 권고됐던 항목은 이번에 빠졌다.
사회권위원회는 최종견해에서 "불필요한 학교간 경쟁을 유발하고 학생의 중등교육에서의 학업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제한하는 일제고사(Iljegosa) 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용산사건에 대해서도 "강제퇴거는 단지 최후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용산사건(Yongsan Incident)과 같이 폭력동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퇴거 대상자들에게 사전 통지와 임시 주거를 보장함이 없이는 어떠한 개발사업이나 도시 재개발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밖에 회사 내 성희롱을 형사범죄화하는 법령을 입법 시행할 것, 공무원의 노동조합 가입권과 파업권 제한규정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공무원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유엔의 최종견해를 분석평가하고 이행전략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3일 열어 정부의 권고사항 적극 이행을 주장할 예정이다. 미리 배포한 자료집 총평에서 인권위는 "정부는 (지난해 말)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항의서한을 보냈다"며 "정부가 위원회 권고를 그냥 단순 권고로 치부한다면 왜 인권조약에 가입하였는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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