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사람이 좋아하는 '볼락'이란 생선이 있다. 회나 매운탕도 맛있고 굵은 소금 척척 뿌려 구워먹어도 맛있는 볼락의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그 정답을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김려(1766~1821)가 쓴 이 책에 따르면 볼락의 옛 이름을 '보라어(甫羅魚)'로 기록하고 있다. 보라색 물고기라는 뜻이다.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우해이어보> 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이른바 물고기총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보다 11년 앞서 1803년에 만들어졌다. 우해(牛海)는 '진해'의 옛 이름이라고 김려는 적어 놓았다. 여기서 진해는 지금의 경남 진해가 아닌 마산 진동을 말한다. 김려는 당시 특별한 바닷고기만 골라 기록했기에 이 책을 이어보(異魚譜)라 했다. 침자어, 도알, 한사어, 노로어, 계도어 같은 지금까지도 알 수 없는 바닷물고기들이 많아 신기하다. 자산어보> 우해이어보>
이 책에서 특히 내 관심을 끄는 것이 '잡(卡)'이다. 그 시절 큰 게가 잡히면 게 껍질로 지붕을 만들어 바닷가에 세운 간이주점을 잡이라고 했다. 잡에는 5~6명의 술꾼이 들어갔다. 세상 어느 바닷가에 이렇게 멋진 술집이 있었겠는가. 게 껍질을 지붕 삼아 만든 작은 술집이라니! 어느 누군들 이 낭만적인 술집을 피해갈 수 있겠는가. 잡 한 채 고향바다에 지어놓고 바다를 안주 삼아 크게 취해보고 싶은 날이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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