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취업 관련 통계 하나를 내놓았다. 지난해 대학졸업자의 상용직 취업률이 48.9%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은 채 절반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란 뜻이다. 학생들은 단순히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넘어 향후 진로에 대해 진지한 고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시대의 변화 때문일까. ‘취업’이라는 ‘실속’이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마이스터고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전국 마이스터고 21곳의 평균 경쟁률은 3.55대 1로, 마이스터고 지정 이전인 2008년(1.26대 1)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서울대 등에서 영재교육을 받던 우수 인재는 물론 상위 10% 성적의 우등생들도 마이스터고의 문을 두드렸을 정도다.
마이스터고는 산업 수요 맞춤형 고교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길러내기 때문에 취업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학비가 전액 면제되는데다 각종 장학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학급당 인원은 20명 정도. 조선 업계와 반도체ㆍ철강 업계가 마이스터고와의 협약을 통해 실습기자재와 현장학습 등을 지원하고 취업에도 우선권을 주는 추세다. 마이스터고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 지원도 받고 있어 최신식 시설에 기숙사까지 갖춘 학교가 적지 않다. 각 대학에서 전문계고 전형이 늘면서 대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마이스터고는 ‘알짜 고교’인 셈이다.
취업 보장
마이스터고를 설립하려면 우선 주변 산업 수요가 뒷받침 돼야 한다. 많은 지자체가 설립인가 신청서를 냈지만 번번히 실패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산업별 특성을 살린 마이스터고는 졸업 후 진로가 뚜렷하고 우수 기업과 연계해 폭넓은 취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 수도전기공고 졸업생에게는 한국전력, 신도리코, ㈜동남 등 국내 유명 상장기업체에 우선 취업 기회가 주어진다. 충주반도체고는 하이닉스, 동부하이텍 등 굴지의 대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있다. 경북 합덕제철고는 현대제철, 동부제철 등과, 경남 거제공고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등과 협약을 맺는 등 각 학교들은 관련 기업들과 특약을 통해 졸업생을 우선 취업시킬 채비를 갖췄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명문대를 나온 인재도 산업현장에서 당장 활용되려면 별도의 숙련 시간이 필요하지만, 마이스터고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실무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학 진학도 가능
최근 대학들이 전문계고 전형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2010학년도 전문계 고교출신자 전형에서는 전국 159개 대학이 1만2,322명을 선발했다. 2011학년도 대입에서도 전문계고 졸업생 대상의 전문계졸 재직자 특별전형이 신설되는 등 전문계고 전형이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는 지원 학과와 관련된 활동과 제반 지식을 주로 묻게 되면서 미리 전공 공부를 시작한 전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합격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마이스터고의 대입 학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마이스터고 관계자는 “최근 내신 등에서 유리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전문계고로 진학해 대입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며 “마이스터고의 기본 취지는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도 산업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술인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업 후 3년 이상 근무하면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가 학업을 병행할 수 있고, 재직 중인 산업체의 연계 대학에서 수학할 기회도 제공된다. 재직 중인 산업체 내 사내대학에 다닐 수도 있으며 군 복무 중에는 ‘e-Military University’ 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마이스터고 전형
마이스터고 입시는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나눠진다. 일반전형은 대체로 교과성적이 50% 정도 반영되고 출석과 봉사, 면접전형 점수가 추가된다. 수도전기공고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학업 계획서 점수가 11.8%. 삼천포공고는 별도의 실기고사 점수가 7% 각각 반영된다. 대전동아공고, 울산정보통신고 등 16개 고교에서는 수상실적과 자격증 등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으며 광주정보고는 교과성적내 과목별 가중치를 반영한다.
특별전형은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으로 기초수급자, 북한이탈주민, 다문화 가정 출신 학생들 가운데 5명에서 48명 정도를 우선 선발한다. 전북기계공고, 원주정보공고, 수원하이텍고, 대전 동아공고에서는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일정 인원을 선발한다. 학교 특성에 따라 IT영재전형, 가업승계 전형 등도 있다. 특별전형은 교과성적 비율이 30% 정도로 낮지만 학교별로 요구하는 기준이 달라 확인이 필요하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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