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에서 '윔블던 효과'란 말이 있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영국이지만, 우승은 외국 선수들이 독차지 한데서 유래된 말이다. 윔블던 대회 초기 영국선수들은 남자부에서 단골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1936년 프레드 페리가 우승컵을 들어올린 후 자취를 감춰버린다. 개최국 영국은 장소제공에만 그치고 정작 우승 트로피는 외국선수가 가져간다는 것을 빗댄 자조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영국은 윔블던에서만 죽을 쑨 게 아니다. 호주, 프랑스, US오픈 등 다른 메이저대회에서도 기를 펴지 못했다. '운 좋게' 결승까지 올라가더라도 우승은 늘 남의 몫이었다. 가히 윔블던 효과를 넘어 '윔블던의 저주'라 할만하다. 74년 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이 저주를 지난 달 31일 호주오픈에서 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불발됐다.
"나는 페더러처럼 눈물을 흘릴 수 있지만 부끄럽게도 그와 같은 경기를 펼칠 수 없었다."
이번 호주오픈 결승에서 준우승에 머문 앤디 머레이가 지난해 로저 페더러가 라파엘 나달에 우승컵을 내준 뒤 눈물을 흘린 것을 빗대 한 말이다.
머레이는 그러나 "나의 경기력은 점점 향상되고 있다"며 "호주오픈 정상등극 실패에 결코 좌절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메이저 대회 개최국이 우승과는 거리가 먼 사례는 프랑스오픈에서도 찾을 수 있다. 1891년에 문을 연 이 대회에서 90여년 만인 1983년에서야 야닉 노아가 프랑스 선수론 처음으로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프랑스 선수는 이후에도 지금까지 메이저대회 챔피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기회는 있었다. 아르노 클레망이 1928년 장 보로트라가 호주오픈 타이틀을 차지한 이후 73년만인 2001년 호주오픈 결승까지 올랐으나 앤드리 애거시에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 같은 '저주 해결사'로 영국이 머레이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면 프랑스는 조 윌프리드 송가와 질 시몽을 꼽고 있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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