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문화예술위원회에는 두 명의 위원장이 근무하고 있다. 법원의 해임효력 집행정지 판결을 받은 김정헌 전 위원장이 출근을 강행함에 따라 '한 지붕 두 수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그의 업무 복귀는 법적으로는 정당하다. 1년 전 문화예술기금 운용규정 위반으로 문화관광부가 임기 도중 취한 해임조치에 대해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가 항고했으니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두 문화예술위원장의 불편한 동거는 9월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
김씨의 출근 강행은 일종의 시위다. 공적으로는 정권교체 직후 정부가 이념 편향적인 예술기관장들을 중도 교체한 행위의 부당성을 알리려는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명예 회복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잘못된 해임에 대한 응징 차원"이라는 말도 그런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명분과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의 출근이 문화예술위에 적잖은 혼란과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업무보고를 주문하는 등 형식적인 출근이 아닌 실제 업무 수행까지 공언한 만큼 현 위원장과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과 예술지원 정책의 혼선도 예상된다. 같은 예술인으로서 바라는 방향은 아닐 것이다."직원들이 고생이 많겠네"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이 같은 부작용을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1차적 책임은 물론 정부에 있다. 김씨는"한때 위원장으로 계셨던 분이 왜 직원들을 힘들게 합니까"라는 사무국장의 하소연에 "내가 힘들게 했나? 유인촌 장관이 일으킨 일을 왜 나한테 책임을 묻나?"라고 반박했다. 임기가 남은 기관장을 무리하게 교체한 정부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권이 바뀌면 그에 맞는 인물을 기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근거와 절차는 정당해야 한다. 아울러, 과거 정권에 충성했던 사람들 역시 스스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 두 문화예술위원장의 난감한 동거는 이를 외면한 결과다.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오기가 아닌 지혜로운 타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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