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회복을 위한 단기 처방으로 중요한 것은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갈수록 대담한 부양책을 내놓기 어려운 형편이 돼가고 있다. 900조엔을 넘는 막대한 국가채무로 재정 악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달 25일 국채와 차입금, 정부단기증권을 합한 국가채무가 3월 말 900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국가채무는 일본 정부가 2010년도 예산 확보를 위해 44조3,000억엔의 국채를 신규 발행키로 하면서 1년 후에는 973조엔을 초과할 전망이다.
일본은 1999년 이후 주요 선진국 중에서 국가채무가 가장 많은 나라였다. 하지만 올해는 여기서 정부가 보유한 연금 적립금 등의 자산을 뺀 순채무에서도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5년 사이 일본이 주요 20개국(G20) 중 최악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재정이 한계상황까지 왔다" "올해 중 국채 입찰 미달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 신용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실제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푸어스는 최근 일본 장기채권 신용등급 AA에 대한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재정 악화가 당장 일본의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줄지는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경제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토야마(鳩山) 정부는 6월에 재정건전화계획을 밝힐 예정이지만 기본적으로 증세에 부정적이어서 뾰족한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일본 새 정부가 불황 탈출을 위한 대담한 경기부양과 재정 건전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어려운 선택의 시기를 맞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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