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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로자지원상담협회' 상담사 6인방/ "회사 가기 싫으세요? 고민 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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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로자지원상담협회' 상담사 6인방/ "회사 가기 싫으세요? 고민 들어드립니다"

입력
2010.02.0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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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졸 신입사원이 고충을 토로했다. "5개월째 커피 타고 복사만 합니다. 전공학과도 나왔고, 인턴 경험도 있는데, 만날 허드렛일만 시켜요. 회사 가는 게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일단 견뎌보라는 조언 외엔 뾰족한 해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이런 고민. 여기에 솔로몬도 울고 갈 현답이 이어진다. "복사를 하면서 꼼꼼히 그 내용을 읽고 회사의 중요 업무들을 파악해보는 건 어떨까요? 거래처 핵심 정보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있고, 나라면 어떻게 기안을 만들었을까 구상해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하다 보면 내게 관련 업무가 주어졌을 때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차하나(40) 상담팀장을 비롯한 6인의 한국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ㆍ근로자 지원 상담)협회 상담사들이 근로복지공단의 위탁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 상담 사례다.

상담을 통해 근로자의 스트레스를 관리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EAP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드라마에도 빈번히 등장할 정도로 보편화돼 있지만, 국내에는 2007년 사회적 기업으로 설립된 한국EAP협회가 거의 유일하다.

정부가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EAP 온라인 상담을 도입한 데 이어 올 3월부터 면대면 상담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키로 한 것은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근로자들의 스트레스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해 둬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직무 스트레스 보유율이 95%에 이르고 이중 정신질환으로 규정되는 고위험군도 22%에 달하지만, EAP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도입한 곳은 대기업조차 서너 곳에 불과하다. EAP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면서 협회에 서비스를 위탁한 사업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551개사로 늘어났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상사와 맞지 않는다' '내 능력을 충분히 알아주지 않는다' '일만 하다 보니 가정에서 너무 외롭다' '업무량이 과도하게 많다', 직장과 연차에 따라 고민들도 다양해요. 하지만 돌파구는 분명 여러 곳에 있습니다. 돌파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모는 거죠."

차 팀장은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우선 내담자의 의사소통 방식을 살펴본다. 의사소통 방식이 관계 맺기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아주 낮은 연구원이 있었어요. 이 분은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린 후 꼼꼼히 일을 하는 스타일인 데 반해 상사는 성격이 급해 지시 후 10분만 지나도 성과를 요구했죠. 그걸 못 견뎌 우울증이 심각했어요. 이런 분은 칭찬과 지지로 자존감을 향상시켜줘야 치유의 효과를 볼 수 있거든요. 상사에게 시간을 넉넉히 달라고 요구하게 했어요. 그 후 기적처럼 조금씩 두 사람의 관계가 변했어요."

한번은 성과를 가로채간 상사에게 항의했다가 한직으로 전출 발령을 받은 공무원을 상담한 일이 있었다. 어떻게 세상이 이럴 수 있나, 자살까지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차 팀장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 자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찾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내담자는 "한직이라서 좋은 것들이 있더라"며 "책을 쓰는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고통과 우울은 전염성이 강하다. 날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만나는 EAP 상담사들은 어떻게 직무 스트레스를 풀까.

"스트레스, 상당하죠.(웃음) 상담사가 된 첫 날 5명의 직장인을 상담했는데, 끝내고 나니 양 어깨에 그 다섯 분이 올라앉은 기분인 거예요. 내가 상담은 제대로 했나. 혹시 섣불리 접근해서 상처를 준 건 아닐까…, 걱정이 끊이지 않았어요. 그때 선배 상담사가 그러더라고요. '상담사가 신은 아니다. 꼭 해답을 제시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네가 얘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됐을 거다.' 힘들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리며 제 직무스트레스를 풀곤 합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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