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토크쇼가 대세인 평일 밤 TV 예능 프로그램에 KBS '승승장구'가 1인 게스트 토크쇼로 도전장을 냈다. 첫 방송(2일 밤 11시 5분)을 앞둔 이 프로그램의 메인 MC는 배우 김승우(40). 그는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잘 비치지 않았지만, 제작진들 사이에서는 토크쇼 MC 섭외 1순위로 꼽혀왔다. 그만큼 숨은 고수로 알려져 있다. 평소 유머와 유쾌함을 즐긴다는 그를 30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숨은 고수'라는 평에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승승장구' 출연을 결정하면서도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그런 부담을 안고도 토크쇼를 맡은 이유는 뭘까?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면 언젠가 한 번은 해야 할 운명이라고 느꼈어요. 30대는 인생의 깊이가 얕아 토크쇼를 이끌 능력이 안 되지만 40대가 되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승승장구'는 지난달 29일 첫 녹화를 했다. MC들도 제작진도 처음이라 그런지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 바람에 녹화 시간은 엿가락처럼 늘어져 8시간을 훌쩍 넘겼다. 첫 녹화를 마친 소감을 묻자 그는 "나만 잘하면 되겠다"고 몸을 낮추며 "첫 초대손님으로 아내인 김남주씨가 나와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촬영을 하면 할수록 재미있었다"고 했다. "연기도 마찬가지지만 예능도 촬영을 거듭할수록 익숙해지지 않겠냐"고도 했다. "그래도 아직 예능이 연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그는 특히 "메인 MC로서 무게 중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전반적인 조율과 힘 조절이 쉽지 않다"고 했다.
연예계 마당발로 알려진 그는 게스트 섭외력 때문에도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섭외에 발벗고 나설 생각은 없다고 한다. "제가 먼저 게스트들에게 출연을 부탁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할 생각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원해서 출연해야 프로그램도 잘 되는 거겠죠."
요즘 유행하는 집단 토크쇼가 아니고 초대손님의 힘에 기대지도 않지만, '승승장구'가 비빌 언덕은 따로 있다. "여러 코너에서 시청자의 참여를 통해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게스트도 시청자를 친구라고 생각하며 진솔하고 인간적인 면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생각입니다. 첫날 모신 방청객들도 전문 방청객이 아니라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는 김남주씨 팬이었어요."
그는 대학로의 토크 콘서트에서 배우와 관객이 서로 호흡을 나누듯 시청자와 함께하는 토크쇼를 만들고 싶어한다. "과장 없이 담백하게, 경망스럽지 않고 깊이 있게, 한 번 보고 웃어 넘기는 일회성 웃음이 아닌 기억에 남는 웃음을 주고 싶다"며 "폭소보다는 미소를 지향하는 MC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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