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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간판기업 잇단 추락/ 소비자 지갑 닫은 '디플레이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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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간판기업 잇단 추락/ 소비자 지갑 닫은 '디플레이션 악몽'

입력
2010.02.0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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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경제 상황은 한 마디로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는' 상태다.

금융위기에 강타 당한 2008년4분기 경제성장률은 -10.2%(이하 전분기 연율 기준), 지난해 1분기는 무려 -11.9%였다.

물론 1분기까지는 다른 국가도 경제가 크게 위축됐던 게 사실이지만 문제는 3분기부터였다. 2분기 성장률은 2.7%였으나 3분기는 1.3%로 폭이 줄어든 것. 다른 국가들은 경제 회복세가 확대되던 시점에 오히려 경제회복속도가 둔화한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자 소비가 위축돼 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마이너스(전년동기대비)로 전환된 소비자 물가는 하락 폭이 더욱 커져 지난해 10월에는 무려 -2.5%를 기록했다.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상황이다. 상점에서 팔리는 물품 가격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지만 이미 '잃어버린 10년'을 통해 최악의 디플레이션을 체험했던 일본 소비자들은 더이상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소매 판매 지표는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 행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2년 이후 도요타 등 수출업체들의 호황 덕에 장기 불황을 탈피했던 일본 경제가 또다시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든 근본 원인은 국내총생산(GDP)의 65%를 차지하는 내수 부진이다.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지표 중 내수 부문의 하락 수준이 51년 만에 최악"이라면서 "디플레이션이 재발한 주된 원인은 내수 부진"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의 내수가 심각한 부진에 빠진 것은 '완전 고용' '평생 고용'으로 이름 높았던 일본 기업들이 2000년대 이후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정규직 고용을 크게 늘린 것이 근본 원인이다.

1985~2007년 간 정규직은 2.9% 증가한 반면, 비정규직은 164.4%나 늘어났다. 수출이 잘 되는 동안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2008년 세계적 경제침체가 닥치자 비정규직 해고와 잔업축소 등에 따른 임금 감소로 내수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실업률은 지난해 사상 최악인 5%대를 기록했으며, 임금도 잔업 감소로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고용과 임금이 소비 부문에서 내수 부진을 초래했다면, 2000년대초 '반짝 호황' 동안 설비 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투자 측면에서 내수 부진을 초래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980년대 후반 매년 10% 이상 증가한 설비투자로 생산능력이 과잉 상태였는데 수요가 급감하자 기업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며 "투자 부진에 따라 일본의 잠재 성장률은 최근 0.5%까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은 엔고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데다 단카이 세대 은퇴로 핵심경쟁력에 손실을 입었고, 2000년대 급속하게 해외 생산을 늘리면서 품질마저 떨어졌다"면서 "한국 기업도 수년 간 해외 생산을 급격히 늘렸으므로 일본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또 "이미 제로금리여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낮출 수도 없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려 해도 재정적자가 심각해 투입할 돈이 없다"면서 "일본 경제는 앞으로 수년간 극도의 부진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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