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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출구전략 가동 '1번지' 호주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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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출구전략 가동 '1번지' 호주 가보니'

입력
2010.02.0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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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 번화가 '마켓 스트리트'.

분주하게 오가는 시드니 시민들에게 지난해 10월 이후 3차례 연속 이뤄진 금리인상 부담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보다 2~3배 높은 체감 물가에도 호주인의 소비는 활발해 보였다.

호주 최대 은행인 커먼웰스뱅크 지점을 나서던 맥클레인씨는 "대출이 20만 호주달러(약 2억원) 정도지만, 아직 금리가 낮아 부담은 적은 편"이라면서도 "금리가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5,000선에 육박하던 호주 주가(올오디너리스 지수)는 지난주 내내 폭락을 거듭해 1일에는 4,540선까지 밀렸다.

이 나라 주력 수출품(석탄ㆍ철광석 등 천연자원)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긴축 조짐 때문이었다. 당초 추가 금리인상이 확실해 보이던 호주 중앙은행의 월례 이사회(2일 예정) 분위기도 동결로 굳어지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10월 G20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출구전략에 시동을 건 나라다. 선제조치를 취할 정도로 탄탄한 경제사정에 대한 국제 사회의 부러움도 있었지만, 금리 인상 당일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폭락할 만큼 충격파도 컸다. 4개월이 흐른 2010년 2월, 호주는 또다른 선택에 직면해 있다.

출구전략 후폭풍? 아직은 맑음

호주가 금리를 올린 것은 과잉 유동성 때문. 49년만에 최저 수준(3.0%)까지 낮췄던 기준금리와 파격적 재정지원으로 풀린 돈이 물가를 자극하고 경기는 과열 조짐을 보였다.

'인플레 파이터' 이미지가 강한 글렌 스티븐스 호주 중앙은행(RBA) 총재는 즉각 "경기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는 지났다"며 부양책 중단을 선언했다.

지구촌에서 가장 앞선 금리 인상의 배경에는 자원부국으로서의 자신감도 작용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호주 경제는 오히려 호기를 맞았다.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이 곳간을 풀면서, 호주의 주력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호주 특유의 사회복지 시스템을 이용, 아이를 가진 가구마다 수천 달러씩 정부 지원금을 뿌리면서 내수까지 살아났다.

그 결과 호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2008년 4분기가 유일했을 만큼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공식 경기침체(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를 겪지 않았다. 외환은행 호주법인 김형기 부장은 "한국과는 경제의 근본 환경이 다른 나라"라고 평가했다.

금리인상 이후에도 다른 선진국이 우려하는 경기 재하강(더블딥) 징후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물가는 여전히 2%대로 관리 목표(3%) 아래고 우려했던 성장률이나 실업률, 소비지출 역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호주 투자금융연합회(IFSA) 존 오쇼네시 부회장은 "금리인상의 영향은 거의 없다"며 "피부로 느끼려면 지금보다 한참 더 올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서히 부상하는 리스크

하지만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부동산 부문에서 가장 먼저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리인상 이후에도 토지와 주택가격이 줄곧 올랐으나, 곧 한계점에 도달하고 꺾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2008년 호주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신규 주택 구매자에 대한 무상 지원금을 최대 2만1,000 호주달러(약2,100만원)까지 확대하면서, 지난해 10월까지 17만명이 주택구입에 나섰다.

교민 황지상씨는 "아직 3%대인 기준금리가 예전 수준(6,7%대)까지 오르면 대출 부담을 견디지 못해 헐값으로 나오는 집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말부터 급부상한 '글로벌 리스크'는 이미 출구전략을 시작한 호주 경제의 또다른 암초다. 호주 전체 교역의 13%를 차지하는 중국이 강력한 긴축에 나설 경우, 호주 경제는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그리스를 통해 번지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악화 우려와 미국발 국제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도 호주 경제의 핵심인 외국인 투자와 원자재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호주 통화당국이 경기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성공적으로 금리 정상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면서도 "최근 불거진 글로벌 악재를 감안하면, 당장 이달 인상은 물론 상당기간 금리인상을 멈춘 채 국제정세를 관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드니=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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