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만나고 싶은 표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만나고 싶은 표정

입력
2010.02.02 00:12
0 0

어머니의 카메라 기피증 역사는 반백 년이 넘었다. 아버지와 함께 찍은 결혼사진 속에서부터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땐 새신부여서 그랬겠지만 어머니는 요즘도 카메라 앞에 서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취미삼아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왔지만 내가 찍은 어머니 사진 중에 당신의 감추지 못하는 어색함 때문에 내 마음에도 어머니 마음에도 드는 것 한 장이 없다. 당신의 그런 표정을 아는지라 어머니는 아예 사진을 찍지 않는다.

어떤 카메라든 그 앞에 서기만 하면 바짝 긴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그 사람의 영혼이 맑고 정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연예인 말고는 사진 카메라든 방송 카메라든 그 앞에서 표정이 자유로운 사람은 정치인뿐일 것이다. 자유로운 것을 넘어서 능수능란한 경지를 보여준다. 얼마 전 한 젊은 지방정치가와 대담방송을 한 적이 있다.

방송 내내 내가 감탄한 것은 카메라를 향해 갖가지로 보여주는 그의 정치적인 표정이었고, 방송이 끝나자마자 방송용 표정을 싹 지우고 이내 거들먹거리는 본디 얼굴로 돌아가는 것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정치라는 것이 표정으로 표를 사는 것이라면 내 어머니처럼 표정을 감출 수 없는 정치가를 만나고 싶다. 탤런트 같은 연기가 아닌, 제 마음 숨기지 않는, 그래서 어색하기 짝이 없다고 해도 나는 정직한 얼굴을 가진 그 사람에게 한 표를 주고 싶다.

시인 정일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