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의 만남이라니. 조금은 당혹스럽다. 그것도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기계와의 협연이다. 연주자는 팻 메스니. 내한 공연 때마다 좌석 구하기가 쉽지 않은 인기 재즈 기타리스트다. 그의 새 음반 '오케스트리온'(워너뮤직코리아)에는 의문부호가 줄을 잇는다. 즉흥 연주를 중시하는 재즈 연주자가 왜? 함께 연주하고 싶어하는 음악가가 줄을 섰을 텐데, 그것도 디지털 만능시대에 아날로그와 함께라니, 왜?
오케스트리온은 미리 입력된 장치에 따라 스스로 연주하는 악기를 말한다. 뚜껑을 열면 음악이 흐르는 오르골도 일종의 오케스트리온. 메스니는 연주할 곡이 입력된 비브라폰, 베이스, 드럼, 오르간 등의 악기와 협연했다. 기계만이 가능한 하모니와 정교한 음색을 위해서다.
기계 장치에 둘러싸인 음반이지만, 인간 냄새가 난다. 악기에 스민 인간의 감수성이 매스니의 기타와 어울려 은근히 서정성을 다독인다. '오케스트리온'을 시작으로 '스피리트 오브 디 에어'로 마무리되는 음반은 '반신반의'의 물음표를 '역시나'라는 느낌표로 바꾼다. 때론 돌풍처럼 흥겹게 몰아치다가도 호수처럼 잔잔하게 감성을 깨운다. 메스니의 음악이 언제나 그렇듯 무미건조한 듯 하면서도 따스한 사운드가 삶에 지친 도시인의 어깨를 두드리는 음반이다. 메스니는 6월 2~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오케스트리온' 내한 공연을 한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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