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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약 대신 알약 먹다 사망… 병원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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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약 대신 알약 먹다 사망… 병원 책임은?

입력
2010.02.0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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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폐쇄 가능성 때문에 비위관(튜브)을 통한 투약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고를 수 차례나 거부한 환자가 입으로 알약을 먹다가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면 병원의 책임이 있을까. 1심 재판부는 전적으로 환자 책임이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의료진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7부(부장 곽종훈)는 병원에서 알약을 먹다가 사망한 A씨 유족들이 Y대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의료진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04년 Y대학 병원에서 폐결핵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중환자실 환경에 거부감을 느낀 A씨는 일반병실로 옮겨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담당 의사는 집중관리 필요성과 악화가능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끝내 일반병동으로 옮긴 A씨가 입으로 음식을 먹은 뒤 구역질 증상을 보이자 의사는 기도가 막힐 수 있다며 비위관 삽입을 권고했지만 A씨는 거부했다.

이후 의사는 A씨의 상태가 악화되자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 비위관 삽입을 여러 차례 더 시도했으나 계속 거부당했다. 중환자실이 싫어 또 다시 일반병동으로 옮긴 A씨는 다음날 알약으로 된 결핵 약을 입으로 삼킨 뒤 호흡정지를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졌고 몇 주 뒤 사망했다.

유족은 "약물섭취 때 매번 구토증상이 있음에도 가루약 대신 알약을 투여해 사망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비위관 말고는 다른 투약방법이 없는데도 A씨는 의료진의 권고를 수 차례나 거부한 채 경구복용을 계속 시도했다"며 전적으로 A씨의 과실로 봤다.

반면 항소심은 "의사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의료지식과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종전에 가루약으로 제공하던 것을 이 사건 당일 알약 형태로 제공해 기도폐쇄에 이른 만큼 의사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적어도 알약을 빻아 가루약으로 투여하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책임을 30% 인정해 유족에게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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