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을 상징하는 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해외 리콜, '일본의 날개' 일본항공(JAL)의 법정관리 신청 등으로 일본 대표 기업의 이미지가 급격히 실추하고 있다.
물량 확대 위주의 대량생산ㆍ판매, 비효율적인 경영 등이 낳은 부실이 일본 간판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를 지향하던 일 기업들이 흔들리면서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 일본 경제의 주름살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08년 미국 GM을 제치고 판매량 세계 1위에 올라선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 도요타가 최근 북미와 유럽 등에서 발표한 리콜 차량은 건수 기준으로 1,000만대에 육박한다. 100여년 자동차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대형 리콜이다.
사태가 이처럼 커진 원인으로는 도요타의 급격한 해외생산 확대와 비용 절감을 위한 공세적 부품 공용화가 지적된다.
이번 리콜 대상은 모두 도요타가 미일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해 부품 조달 등을 포함해 완성차의 미 현지 생산 비율을 높이고 생산물량 확대에 급급, 개발ㆍ생산 인력 부족을 겪어야 했던 2000년대 이후 차량들이다.
"판매 대수 확대를 목표로 급격히 생산을 늘렸지만 부품회사 품질관리에는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비용 절감을 위한 차종간 부품 공유다.
부품 공유 확대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지만 이번 가속페달 하자처럼 관리 부실로 한 부품에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위험을 늘 안고 있다.
일본 혼다 자동차도 도요타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파워윈도우 스위치 문제로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1일까지 모두 65만7,000여대를 리콜키로 했다.
1980년대 초 여객 수송 실적 세계 1위를 자랑했던 JAL은 2000년대 들어 9ㆍ11테러,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유행 등에 따른 여객 인구 감소로 적자 규모가 계속 불어나고 있었다.
같은 시기 실적 악화로 세계 유명 항공사들의 파산이 잇따랐지만 JAL은 기댈 곳이 있었다. 사실상 JAL을 만들었던 일본 정부의 지원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JAL은 막대한 기업연금, 적자 속에서도 사업과 투자를 확대하는 비효율적 경영 구조를 고치지 못했다.
채산이 맞지 않아 경쟁사인 전일본공수(ANA)가 운항하지 않는 지방공항에 울며 겨자 먹기로 취항해야 하는 것도 경영 압박의 요인이었다.
결국 JAL은 금융기업을 제외하면 일본 역대 최대인 2조3,200억엔(3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19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말았다.
"소니가 삼성전자에 패한 기본적인 이유는 상품력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업체 소니의 오네다 노부유키(大根田伸行)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중간결산을 발표하면서 세계 TV시장에서 삼성에 졌다고 말했다.
일본의 주요 전기전자업체의 지난해 3ㆍ4분기 실적은 대부분이 흑자였지만 삼성, LG전자에 비하면 한참 뒤처지는 실적이었다. 일본 전자업체 부진의 원인으로는 엔고의 영향과 함께 불황에 따른 투자 위축이나 소극적 세계시장 마케팅이 지적된다.
만성적 저성장에다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도 일본 주요 기업의 추락을 부채질한다. 일본의 대형유통업체 세븐&아이홀딩스는 최근 도쿄(東京)의 대표적 도심 번화가인 긴자지역의 세이부(西武)백화점을 12월에 폐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전체 소비가 정체 상태인데다 불황으로 저가 상품 선호 경향이 뚜렷해진 것도 경영 악화를 불렀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