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의 몰락에 이어 또 하나의 신화가 깨질 것인가? 도요타의 불행을 세계 자동차 업계는 불황 탈출의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도요타가 사태의 조기 진화에 실패할 경우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지도가 바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자금만 12조3,000억엔(약 185조원) 이상 확보하고 있는 도요타의 저력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장소는 이번 리콜 사태의 본고장인 미국. 경쟁사들은 벌써부터 도요타 고객 빼오기에 나서고 있다. GM과 포드에 이어 현대ㆍ기아차도 미국과 캐나다 소비자가 도요타 차량을 팔고 자사 차량을 구매할 경우 최대 1,000달러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리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각 업체들은 북미시장에서 사활을 건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주력 판매 차종인 소형차 보다는 북미 시장에서 팔리는 중ㆍ대형차가 훨씬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황 속에 생존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각 업체로서는 뜻하지 않은 횡재를 만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일부에서는 친환경차 개발 경쟁에서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북미 시장 경쟁 격화될 듯
이번 사태로 단기적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업체는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인 GM, 일본의 혼다, 닛산 그리고 현대ㆍ기아차다. GM은 미국내 여론까지 등에 업고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혼다와 닛산은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았으나 최근 금융위기로 수요가 급감,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도요타의 위기를 곧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대ㆍ기아차도 수혜가 예상된다. 때마침 신형 쏘나타와 투싼ix 등 신차를 미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인데다 도요타가 판매 중단을 선언한 캠리와 라브4 등 8개 차종 중 6개가 현대ㆍ기아차의 차종과 경쟁차종이기 때문이다.
각종 소송으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내심 더 큰 욕심을 내는 업체가 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 지난해 말 스즈키와 제휴를 하며 사실상 세계 1위 업체로 꼽히지만 그동안 북미 시장에서만큼은 맥을 못췄다. 자사 브랜드 아우디와 합쳐도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이 2.7%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20년 만에 처음으로 테네시주에 공장을 짓고 내년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폴크스바겐 입장에서는 도요타의 빈 자리를 노릴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여기에 도요타가 발목을 잡힌 사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을 서두르겠다는 업체도 있다.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를 접한 닛산의 카를로스 곤 사장은 "하이브리드는 도요타에게 주도권을 내줬지만 전기차는 아니다"라며 설욕을 벼르고 있다.
도요타 위기 넘길 것… 신중론도 대두
하지만 도요타가 위기를 곧 넘길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10년 불황과 엔고라는 악재를 극복한 도요타의 저력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최대 1,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리콜 결정도 도요타가 아닌 다른 업체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리콜 결정은 늦었지만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내린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내부 자금만 12조3,000억엔(약 185조원) 이상 확보하고 있는 도요타의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자동차팀장은 "도요타의 문제 해결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앞으로 예상되는 각종 소송에서 신뢰를 저버리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전체 자동차 업계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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