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대한 대가는 없을 것"이라며 "확고한 원칙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은 성사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회담 성사를 위한 '거래'는 없으며, 동시에 회담의 의제가 반드시 핵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정상회담이 '만남을 위한 만남'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될 수 없고, 남북 정상이 진정성을 갖고 만나야만 실질적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기존 정부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과거 정권과의 차별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과정을 두고 뒷거래 의혹이 제기됐던 상황을 감안, 의혹이 제기될 요소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과거 남북정상회담의 뒷거래나 이면계약이 있었던 것을 듣고 보지 않았느냐"며 "정상회담을 조건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식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정상회담 '원칙' 언급은 북핵 문제의 진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 시기를 놓고 3,4월과 5,6월 및 8월 이후 개최 등 갖가지 시나리오가 나도는 현 상황에 대한 진화 의도도 담겨 있다. 정부가 바라는 정상회담의 조건들이 갖춰질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대내용이 아닌, 대북 메시지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관계자들은 "현재 남북이 회담 의제 등을 놓고 좀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 정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북측의 태도변화를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측이 물밑 접촉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주목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북측이 '미국과는 핵 문제를, 남측과는 경협문제를 다루겠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날 '비핵화 첫 공정은 미국과의 신뢰구축'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전체제 하에서 비핵화에 반대하는 북한 군부의 정서를 전했다.
조선신보는 "핵 시설 가동 중단에 머무르지 않고 핵무기 문제까지 논하려면 조미(북미) 교전관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조선은 미국 측에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상회담이 실제 성사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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