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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일꾼' 외국인 이웃사촌] (2) 외국인 생활지도 봉사자의 첫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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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일꾼' 외국인 이웃사촌] (2) 외국인 생활지도 봉사자의 첫 봉사

입력
2010.02.0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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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유학생 장웨이·재중동포 양미성씨

지난달 29일 오후 1시께 중국인 20명, 대만인 1명 등 25명의 중국어권 외국인들이 부산시청 1층 부산국제교류재단에 모였다.

부산 거주 3개월 미만 외국인들이 지역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재단이 올해 새롭게 마련한 외국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름 하여 '웰컴 투 부산(Welcome to Busan)'.

이날 처음 실시한 프로그램은 외국인 생활지도 봉사자인 중국인 유학생 장웨이(張魏ㆍ25ㆍ부산대 영문과3)씨와 재중동포 유학생 양미성(28ㆍ여ㆍ부산대 국문과 대학원)씨 2명이 맡았다.

이들은 재단에서 나흘간 교육을 받았지만 첫 봉사여서인지 강의 시작 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농담까지 할 정도로 여유를 되찾았다. 두 사람은 보름 이상 직접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30분씩의 강의를 훌륭히 끝냈다.

먼저 강단에 오른 장씨는 부산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 후 교통카드 사용법, 휴대폰ㆍ인터넷 가입 방법 등을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기 어려운 점을 강조하며 가입 시 챙겨야 할 사항까지 꼼꼼하게 일러줬다. 물론 강의는 중국어로 진행했다.

이어 양씨도 중국어로 은행 이용법을 집중 설명했다. 각종 세금 제도와 국민연금에 관한 기초 상식도 알려줬다.

밝고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를 듣던 참가자들은 강의가 끝나자마자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장소나 인터넷 사이트 주소에 대해 잇따라 질문을 던졌다. 한국 생활이 짧은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언어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부산을 찾은 첸리유엔(嬧䴡嬿ㆍ22ㆍ여)씨는 "대화가 통하는 중국인으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해가 쉬웠고 부산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물건을 구입한 뒤 영수증을 보면 부가가치세라는 항목이 있어 늘 궁금했는데 답답함이 확 풀렸다"며 환하게 웃었다. 내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할 예정인 장츠이(張琪ㆍ26ㆍ여)씨는 "햄버거 가격을 예로 들어 환율을 설명해 줘 큰 도움이 됐다"고 기뻐했다.

양씨는 강의가 끝난 뒤 개인 사정으로 먼저 갔지만 장웨이씨는 참가자들을 인솔해 부산 시티 투어 가이드로 나섰다. 일행이 20여분 만에 도착한 곳은 부산의 역사와 전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남구 대연동 부산시립박물관. 장씨는 박물관 안내원이 주요 전시물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을 중국어로 참가자들에게 전달했다.

다음 장소는 재단이 고심 끝에 선정한 유엔기념공원. 이곳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로 6ㆍ25전쟁 발발 이듬해인 1951년 1월 전사자 매장을 위해 유엔군사령부가 조성했다. 당시 중국군은 유엔군의 적군이었기 때문에 중국인들로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장소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잘 꾸며진 공원을 거니는 동안 참가자들의 표정은 기대 이상으로 밝았다.투어에 참가한 장츠이씨는 "과거의 일은 안타깝지만 의미 있는 역사적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부산의 명물인 중구 국제시장과 용두산공원을 관광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마쳤다. 앞으로 1년간 매달 중국어권 외국인들을 상대로 강사와 시티 투어 가이드 역할을 할 장웨이씨와 양씨는 이날 첫 행사를 마친 뒤 무척 상기된 표정이었다.

장씨는 "도대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멍하지만 보람 있었다"며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누구나 힘들기 마련이기 때문에 먼저 한국에 온 사람들이 도움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양씨도 "첫 수업으로 참석자들의 욕구를 파악한 만큼 앞으로는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의 부산 사랑은 남다르다. 충칭(重慶)시에서 태어나 충칭대(영문과)에 다니던 장씨는 2006년 3월부터 6월까지 교환학생으로 부산에 왔다. 장씨는 이후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마음은 늘 부산에 있었다. 결국 그는 부산대로 정식 유학을 오게 됐다. 그는 "사춘기 시절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고 탤런트 최지우에 흠뻑 빠져 버렸다. 그래서 그의 고향인 부산을 찾게 됐고 결국 유학까지 이어지게 됐다. 최지우의 고향이어서 나도 부산이 고향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장씨를 매료시켰던 것은 해운대 앞바다와 부산 사투리였다. 그는 "고향에선 볼 수 없는 탁 트인 바다를 보면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졌고 부산 사투리는 억센듯하면서도 정감이 넘쳤다"고 부산 예찬론을 폈다.

옌지(延吉)시 출신 재중동포인 양씨는 2003년 부산대로 유학을 와 현재 대학원 3학기 재학 중이다. 부산에서만 8년을 살았으니 부산 사람이 다됐다. 한국말도 거의 모국어 수준으로 유창하다.

양씨는 "할아버지가 일제시대에 중국으로 건너가 정착했기 때문에 항상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 왔다"며 "앞으로 중국어를 가르치며 영원히 부산에서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연말까지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생활 정착을 돕기 위해 교육과 시티 투어를 실시할 예정이다. 중국어권 사람을 위한 교육과 영어 베트남어 등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인을 위한 교육이 각각 한 달에 한 번씩 열린다. 전화(1577_7716)나 이메일, 직접 방문을 통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김동욱 재단 사무처장은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5만여명인데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며 "외국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 부산대 다문화학습 동아리 'PNUIF'

"외국인도 동아리를 만들 수 있나요?"

지난해 8월 부산대 중국인 유학생 장웨이씨가 동아리 등록 신청서를 들고 대학 교수학습지원센터를 찾아 느리지만 또박또박한 한국말로 이렇게 묻자 센터 직원들은 흠칫 놀랐다. 외국인 유학생이 직접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찾아온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부산대 다문화 학습 동아리인 PNUIF(Pusan National University International Friends)에는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에서 온 56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가입해 있다. 회장은 당연히 동아리 등록을 주도한 장씨가 맡고 있다.

이들은 모두 외국인 유학생이나 교환학생들로 매주 한 번 모여 함께 한국 문화를 익히고 타국에서의 외로움도 달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부산국제교류재단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가해 중구 남포동의 일명 먹자골목을 찾는 등 도심 관광이나 먹거리 탐험에도 자주 나선다.

통역 봉사 활동에 적극적인 회원들도 상당수 있다. 장씨 등 4명은 지난해 11월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 12월 부산국제섬유패션전시회에서 통역 자원 봉사를 했다. 장씨는 "부산은 해양 도시여서 국제 행사가 자주 열리는 만큼 앞으로도 통역 봉사를 꾸준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학생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돼 장영준(25ㆍ조선해양공학과3)씨 등 5명이 가입해 있다. 장영준씨는 "이 모임은 다양한 외국인을 만나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배울 수 있고, 회원들이 부산의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을 좋아해 동아리 활동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런 활동성과 다문화성 덕분에 PNUIF는 부산대가 2009학년도 2학기에 지원한 총 25개 동아리 가운데 우수동아리로 선정됐다.

이 모임을 처음 만들었을 때만해도 외국인 회원은 부산대 학생뿐이었으나 올 들어 대학가에 입 소문이 나면서 부산 지역 타 대학 유학생들의 가입도 부쩍 늘고 있다.

회장 장씨는 "타 대학 유학생 가입이 늘어나 다음 학기부터 부산외국인유학생모임 등 격에 맞는 이름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했다.

부산대 교수학습지원센터에서 동아리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김영미 연구원은 "외국인 유학생이 주축인 PNUIF는 당초 예상보다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며 "특히 장씨가 중국어 한국어 영어에 유창해 다양한 국적의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산= 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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