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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사이렌'에 잠못드는 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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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사이렌'에 잠못드는 열도

입력
2010.02.0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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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일본'의 추락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장기불황 속에서도 일본 경제를 지탱해왔던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위기를 맞으면서, 일본이 또 한번의 '잃어버린 세월'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일본에 대한 신뢰'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 일본 열도는 극도의 혼란에 빠진 상태. '일본의 날개'로 일컬어졌던 일본항공(JAL)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메이드 인 재팬'의 신화를 이끌었던 도요타자동차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리콜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도요타와 함께'재팬 카'시대를 이끌었던 혼다 역시 리콜에 동참했다. 이처럼 지난 수 십 년간 품질과 신용에 관한 한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일본 기업들이 연쇄붕괴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일본인들이 느끼는 체감충격은 1990년대 장기불황 때나 지난해 금융위기 직후보다도 더 하다는 평가다.

자동차의 원조인 미국GM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던 도요타의 리콜 사태는 소니나 미쓰비시 보다도 더한 '일본의 자존심'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도요타의 리콜 건수는 현재 1,000만대에 육박하며, 이는 100여년 자동차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도요타 리콜사태에 대해 "판매 대수 확대를 목표로 급격히 생산을 늘렸지만 부품회사 품질관리에는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결국은 '불패에 대한 방심'이 화를 자초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JAL의 법정관리 신청은 일본 경제의 난맥상을 단적으로 노출했다는 평가다. 1980년대 초만해도 여객 수송 실적 세계 1위를 자랑했지만 일본 특유의 정치-관료-기업의 유착구조가 오늘날 JAL의 추락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들어 9ㆍ11테러, 전염병 등에 따른 여객 인구 감소로 적자 규모가 계속 불어나면서 세계 유명 항공사들의 파산이 잇따랐지만 JAL은 구조조정 대신 정부 지원으로 경영의 방만함을 키웠고, 결국 일본 역사상 최대의 기업 부채를 안은 채 법정관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일본 경제는 2006년 디플레이션 종료를 선언한 지 겨우 3년 만인 지난해 또다시 최악의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세계 각국의 경제 회복 추세와 반대로, 일본 경제만 추락하는 형국이다.

그나마 1990년대 장기 불황 속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선전해 왔던 일본 대표기업들의 '품질 신화'마저 무너지자, '추락하는 일본 경제의 마지막 날개마저 꺾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일본을 덮고 있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일본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리기까지 했다.

이쯤 되자 '잃어버린 10년' 정도가 아니라 '영원히 잃어버린 세월'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경제의 추락은 글로벌 경제침체로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재정 적자 등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도 부족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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