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지난 주 내내 국내외 뉴스의 중심에 섰다. 그들이 지난해 기록한 경이로운 실적에 갖가지 찬사와 분석이 쏟아지는가 싶더니, 성과를 자축할 겨를도 없이 글로벌 경쟁업체인 도요타의 시련과 애플의 야심이 기회와 도전으로 다가온 까닭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LCD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등 4대 주력 사업부문에서 모두 선전하며 사상 최대인 136.3조원의 매출과 10.9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15%, 91% 늘어난 것이다. 국내기업으로는 처음 '매출 100조-이익 10조원 클럽'회원이 되면서 매출규모로는 이미 미국의 HP, 독일의 지멘스를 제치고 세계 1위 IT업체로 올라섰다.
삼성전자ㆍ현대차 축배는 일러
현대차 역시 지난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5% 벽을 뛰어넘으며 영업이익(2조2,350억원)과 순이익(2조9,651원)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로 매출은 전년보다 다소 줄었으나, 이익률이 높은 중ㆍ대형차 위주의 내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데다 판매관리비를 대폭 줄인 덕분이다. 특히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 글로벌 판매가 310만대, 시장점유율 5.2%를 기록했다.
잔치상을 받던 두 회사 중 현대차에 먼저 '굿 뉴스'가 전해졌다. 품질과 기술력을 앞세워 미국 GM을 누르고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로 등극한 도요타가 가속페달 불량으로 인해 북미와 유럽에서 올해 500만대를 리콜하고 당분간 생산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차량 결함으로 리콜한 460만대와 달리 이번엔 현대차의 경쟁차종인 캠리 코롤라 등 중ㆍ소형차가 대상이어서 현대차로선 반사이익을 누릴 절호의 기회를 만난 셈이다. GM과 포드가 발 빠르게 도요타 고객에게 1,000달러를 지원하는 인센티브제를 실시하자 현대차도 서둘러 동참한 이유다.
반면 삼성전자의 파티장엔 썰렁한 뉴스가 날아들었다.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출시 드라마를 지휘한 스티브 잡스 CEO가 "애플은 노키아 삼성전자 소니를 제친 세계 1위의 모바일 기업"이라고 코앞까지 대든 것이다. 아이맥-아이팟-아이폰으로 이어지는 제품군의 500억달러 매출에 아이패드까지 가세했으니 큰 소리칠 만도 하다. 더구나 지난 해 4분기 휴대폰 실적만 보면 5,000만대를 팔아 1조원대의 이익을 낸 삼성전자와, 780만대를 팔아 4조원대의 이익을 낸 애플은 크게 대비된다. 고객과 시장의 '스마트'취향을 먼저 읽고 못 읽고의 차이다.
그러나 도요타와 애플의 사례를 주판알 튕기는 식의 이해타산이나 희비로 읽을 것은 아니다. 진정한 태도는 성공의 정점에서 실패의 씨앗이 잉태되고, 성공 비결은 곧 실패의 거름이 된다는 고전적 교훈을 확인하는 것이다. 뒤집어진 도요타가 현대차에 시장점유율 확대의 호기를 마련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인력 및 품질 관리에 실패한 도요타의 문제를 바로 알고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먼저다.
현대차의 깜짝 실적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글로벌 생산확대와 쥐어짜는 비용 절감이라는 도요타 방식에 환율효과와 노후차 교체 세제지원 등을 얹어 얻어낸 결과다.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돈으로 해결한 현대차 단체협상을 '정의롭지 못한 노사합의'로 규정하고 "협력업체의 연구개발이나 근로자 직업훈련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성과를 나눠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은 이유다.
도요타 추락-애플 비상은 '쓴약'
삼성전자에게 도요타의 추락과 애플의 비상은 물벼락 같았을 것이다. "삼성이 10년 뒤 다시 구멍가게로 후퇴할 수도 있다"는 이건희 전 회장의 경고와 "혁신성의 부족이 삼성전자의 미래를 어둡게 할 수 있다"는 외신의 지적이 가슴을 뜨끔하게 했을 법도 하다.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최근 몇 년간'창의적 상품(killer product)'없이 공정 효율화에만 치중해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그래도 우리 기업들이 정말 큰 일 당하기 전에 크고 작은 전조들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 것은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잠깐 한눈 팔았다간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세상이기에.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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