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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학 새내기여, 어깨를 쫙 펴고 길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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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학 새내기여, 어깨를 쫙 펴고 길을 열어라"

입력
2010.02.01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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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공부한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노찬 전 외환은행 부행장) "인문학, 역사야 말로 비로소 현실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역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서울대 인문대가 취업 잘되는 실용학문 붐에 밀려 상대적으로 위축된 신입생들의 기(氣)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인문학도의 자부심을 잃지 말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책으로 엮어 신입생들에게 나눠주고, 선배들이 근무하는 직장 등을 탐방해 친목을 쌓는 프로그램도 확대 추진키로 했다.

인문대 학생생활문화원이 3월 출간할 예정인 <인문대 진로가이드북(가칭)> 은 외교관 소설가 PD 변호사 교수 등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선배 16명의 조언을 담았다.

실용학문에 치이고 취직 진로 걱정에 어깨가 처져 가는 후배들에게 선배들은 인문학이 당장 취업에 쓸모 없는 듯 보이겠지만, 사회활동 곳곳에서 저력을 발휘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찬 전 부행장(1980년 불어불문학과 졸업)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인문학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고 했고,

이수영 코오롱 상무(1990년 노어노문학과 졸업)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일이 경영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고 경험담을 적었다.

SBS 최영인 PD(1990년 동양사학과 졸업)도 "50여명의 스태프를 이끄는 힘도 인문학을 공부한 데서 나온 것 같다"며 후배들을 다독였다. 서울대는 책 출간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선배들로부터 원고를 취합하거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문대는 또 2008년부터 제한적으로 시행해온 '선배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확대해 신입생 전원이 의무적으로 2~3회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5~10명씩 조를 이뤄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선배들을 만나 직장을 탐방하고 함께 식사하면서 진로상담을 받고 친목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대 인문대가 이처럼 선배들의 사회경험을 적극 동원하고 있는 것은 재학생들의 소속감과 자부심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문대 학생생활문화원이 지난해 인문대생의 대학생활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366명 중 인문대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답변이 55.5%에 그쳤다.

최윤영 학생생활문화원장은 "상경계열에 비해 진로가 뚜렷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학문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것 같다"며 "인문학의 가치가 무한하며 오히려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선배들의 조언을 책으로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문대는 또 진로지도를 보완하기 위해 현직 인문대 교수들이 집필한 학문 소개, 연구 전망 등을 담은 인문학 안내서 <스무살 인문학을 만나다(가칭)> 도 함께 발간해 인문대 신입생 모두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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