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연내 추진 의지를 분명하게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만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면서 "조만간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지만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북한과의 물밑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언급이다. '6월 지방선거와 11월 G20 정상회의 사이'라는 관측이 나올 만도 하다.
남북은 지난해 후반 싱가포르와 개성 등에서 비밀협상을 통해 정상회담 추진을 논의했지만 의제와 조건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의견 차를 좁혀가며 정상회담을 깊숙하게 논의하고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제 3차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대화와 위협을 병행하는 북측의 투트랙 전술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교착을 일거에 반전시키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또한 선 제재 해제와 선 복귀를 내세운 샅바싸움으로 지지부진한 6자회담 재개에도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이 같은 기대가 회견 내용의 왜곡 논란으로 빛이 바랜 것은 유감스럽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발언의 여파가 클 것 같아 대통령에게 진의를 물어 보도자료를 만들었다"고 해명했지만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발언을 그대로 소개한 뒤 배경 설명을 해도 충분했다. 국민에게 뭔가 감추려 한다는 인상을 준 것은 정상회담을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약속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대로 정치적 국면 전환용이 아닌 실질적 성과가 있는 정상회담이 되려면 무엇보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신뢰는 우리 국민에게도, 남북 상호간에도 필요하다. 최근 논란이 됐던 '비상통치계획-부흥' 언론 보도나 국방장관의 선제공격 발언처럼 남북간에 불필요한 긴장과 불신을 초래하는 일이 이어져서는 신뢰가 축적되기 어렵다. 정부는 지혜롭고 믿음직스럽게 남북관계를 관리하면서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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