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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꽁지 짧은 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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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꽁지 짧은 새 한 마리

입력
2010.02.0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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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다. 달력에 28일뿐인 2월을 보면 꽁지가 짧은, 한 마리 작고 귀여운 새 같다. 나흘 후면 겨울 속에서 봄이 일어선다는 입춘(立春)이다. 입춘 이후 봄은 작은 새의 종종걸음으로 달력의 숫자를 징검다리처럼 밟고, 걸어오듯 뛰어오듯 우리를 향해 찾아올 것이다. 2월이라는 이름의 새는 우수를 지나 경칩이 가까워지면 날개를 활짝 펴고 맑고 푸른 봄 하늘 위로 종다리처럼 날아오를 것이다.

올 2월에는 설날이 들어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조카에게는 설날이 늘 황금연휴였는데, 올해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끼어있어 하루 밖에 쉬지 못하는 셈이라고 2월 달력을 보며 손해 본 듯 입이 뾰족하게 나와 있다. 그런 조카에게 28일 만에 한 달 봉급을 받는 일도 즐거운데 거기서 하루 더 쉰다면 더욱 신나는 달이 아니냐며 꿀밤 한 대를 먹이고 같이 웃는다.

조카는 고사리 같은 작은 손가락으로 헤고 헤며 기다렸던 설날의 그 설렘은 잊은 것일까. 때때옷 꼬까옷을 설빔으로 받고 좋아하던 일과 내게서 세뱃돈을 받으며 환하게 웃던 일도 벌써 잊어버린 것일까. 2월이 짧은 것처럼 시간도 참 빠르게 흘러간다. 새해를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다. 2월의 길이가 짧은 것은 시간도 짧으니 부지런하라, 는 경고일 것이다. 걷지 말고 뛰라, 는 채찍일 것이다. 2월 1일 아침, 나는 신발 끈 단단히 묶고 길을 나선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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