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꼭 나쁜 것은 아닌 모양이다. 특히 미국 월스트리트와 같은 막강 로비군단과 대결할 때는 포퓰리즘이 가장 큰 지원군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월 8일자 최신호에서 대중들의 월가에 대한 분노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이 '똑똑한 포퓰리즘(smart populism)'을 이용해 월가를 포함한 전반적 금융 시스템을 개조할 적기라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뉴스위크는 대공황의 절정이었던 1933년 포퓰리즘이 미국을 살렸던 때를 예로 들었다. 존 딘젤(83) 미 상원의원은 "당시 미국인들은 은행가들에게 치를 떨었다, 그 분노 때문에 소련보다 미국에 공산주의자가 더 많아질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런 분노에 힘입어 프랭클링 D 루즈벨트 대통령이 가장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평가 받는 뉴딜 정책을 내놓아 결국 성공했다. "이번에 실패하면 당신은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번에 실패하면, 나는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답한 일화는 그의 위기의식을 잘 말해준다.
뉴스위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월가에 대한 분노에 기초한 포퓰리즘을 이용해 '오바마 시대'에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월가 보너스를 구조적, 영구적으로 줄이기 ▦금융회사가 책임경영에 나설수록 지원을 늘리는 당근책 마련하기 ▦방만한 모기지 운용에 기준을 만들기 ▦대마불사(큰 은행은 방만하게 운영해도 죽지 않는다) 통념 깨기 ▦원자재 가격 조작 뿌리뽑기 ▦고용에 악영향을 주는 급여세(payroll tax) 삭감하기 등이 그것이다.
월가에 대한 압박에는 유럽 은행들도 가세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조셉 애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와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즈 대표는 은행들에게 신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견 등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포퓰리즘 이용하기'는 월가 개혁에 한정된다. 뉴스위크는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 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말고 초기 신념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공화당과 더 타협하고 노선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하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지금 문제는 백악관이 아니라 국민들"이라며 "대선 때 오바마 지지자들이 지금 대거 건강보험에 반대하는데, 그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세금삭감에 찬성하고도, 교육예산이 줄어 아이가 글을 못 읽는다고 항의하는 것이 국민의 속성"이라며 "아직 다수인 오바마와 민주당은 대담하고, 강력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미국민이 들어야 하는 말이 아닌, 미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는 정치인은 되지 않겠다'는 오바마의 연설을 거론, "그런 태도 때문에 당선된 오바마는 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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